2022/08 10

별명 '먼 산'

군대서도 남들이 보기에 세상에 반쯤 몸담은 듯하거나 뜬 구름 잡는 듯한 의식으로 지내니 어떤 부사관이 '먼 산'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복학해서 역시 어정쩡하게 지냈는데 학교에 남을지 직장을 구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잡은 직장이 전경련! 연수중 명확친 않지만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란 느낌이 들어 약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더니 부장이 반나절을 설득하더군요! 대책 없이 나와 건설회사 두어 군데 응시했는데 모두 면접에서 탈락! 그후 약 1년 반을 실업자 생활. 아마도 취업 스트레스 때문인 듯하여 입원. 간신히 취업한 곳이 대한생명이었습니다. 거기서 약 1년반 생활하다가 아내를 만났고 은행연합회로 전직함으로써 약 4반 세기 동안 안정적인 급여생활자가 되었습니다. 명퇴하고 공주에 집짓고 살다가 퇴직..

단상 2022.08.25

지성, 감천

9년전 오늘 사진입니다. 딸의 기획으로 변산반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때 제 의식은 바닥이었고 경제도 암담한 상태였습니다. 아내와 딸은 사정을 잘 몰랐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그들에게 별로 희망이 되지 못했습니다. 깊은 바닥을 철저히 겪고 두어달 후에 오직 중용이 말하는 지성(至誠)을 실천코자 했습니다. 즉 의식만이 중요하다, 외양은 중요하지 않다, 투명하게 살자 결심했습니다. 오직 경제적 난관을 뚫자는 생각으로 일상에 전념했습니다. 이제 앞날이 거의 두렵지 않습니다. 생존과 생활 속에서 신 의식의 섭리와 안배를 만납니다. 그저 카르마상 빚을 열심히 갚고 있어도 모든 사정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식이 온전하면(지성이면), 감천(感天, 즉 신의 돌봄 속으로 들어감)입니다. 이제 아무 문..

단상 2022.08.12

바랄 만한 일들

오래 전부터 바라는 일들을 적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세상에 알리기 부끄러운 일도 있지만 성취되는 체험을 했습니다. 수행공부(우리 전통의 심학과 같다고 봅니다)를 본격적으로 하고 나서는 그 내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살펴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신에게 녹봉을 받고 싶다고 적은 적 있습니다. 그런 녹봉이란 참으로 값으로 치기 힘든 모든 것들입니다. 일체의 죄책에서 벗어나는 것, 화해와 무조건적 사랑을 실천하고 체험하는 것 등이 있고 물론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있으며 임종을 기꺼워하는 것 같은 일들이 있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이 자연스레 채워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이 턱없이 높은 목표를 가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즉 외적 재앙에도 흔들..

가죽끈과 쇠사슬, 그리고 자유

편지는 갓난아이가 자라면서 에고가 작용하게 되고 결국 에고가 가죽끈과 쇠사슬처럼 되어 고통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가죽끈과 쇠사슬은 바로 우리말에서 질곡이란 한자말과 같습니다. 그 구실은 손을 묶고 발에 채워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채근담은 146장에서 이목구비가 모두 질곡이라고 콕 집어 말합니다. 모두가 자유를 말하지만 진정한 자유란 참나(自)로 말미암아(由)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참나로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게 바로 이목구비라고 채근담과 그리스도의 편지는 말합니다. 이목구비라는 질곡에 매여 사는 사람의 모습을 요한1서는 '눈의 쾌락, 육체의 쾌락, 재물을 가지고 자랑하며' 사는 인간으로 묘사합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미디어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사는 사람은 사실상 질곡으로 꼼..

골프와 수행

제 책을 어렵다고 하는 이들에게 간단하고 쉬운 일을 현학을 부려 쓴 것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것은 마태복음 16:24 말씀대로 에고를 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읽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동서고금의 원전을 옮기고 해설한 때문입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은 이는 이 일이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읽고 이해했다 하더라도 실천은 더 더욱 어렵습니다. 하루 세 번 자신을 돌아보고 정좌하는 일에 더해서 그 의지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독서를 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면 이승뿐 아니라 저승에서도 지복을 누리는 비결은 이승 삷에 필요했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놀음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게 제 책의 요지입니다. 요즘 골프에 입문하면서 제가 말하는 공부, 즉 수행이 골프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

단상 2022.08.09

통속과 의식

통속에 빠지면 의식은 향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속이란 한 마디로 인공의 영상과 사운드 모두를 일컫는 미디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특별히 종편과 SNS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거기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에 잠시 혹해서 퍼나르다가 천박 음란 성차별 등 온갖 부정적 욕망의 표현에 동참하는 사람을 흔히 봅니다. 물론 저도 한때 거기에 휩쓸려 자기도취의 시간을 보낸 적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존재 또는 정체성은 바로 의식이며 의식이 향상하지 않으면 우리는 하향의 길을 가는 것이며 통속에 빠진 삶을 사는 것입니다. 언제나 존재의 근원에 시선을 두고 향상하기 위해서 독서와 명상을 빼먹지 않는 것만이 지혜입니다. 조건 없는 사랑이 본질인 신의 덕으로 의식주가 보장되어 있으니 의식에만 주의를..

단상 2022.08.07

멸사봉공

남명 선생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 스스로 확인하는 것은 스승들 가르침을 편협하게 이용하는 것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을 분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교 핵심 가르침의 하나인 충효도 인(仁) 과 성(誠)에서 나온 게 아니면 가문이나 왕족의 이익 지키기를 넘지 못합니다. 기독교 사상이 제국주의적 팽창의 이념으로 전락한 것도 마태 16:24에서 가르치는 철저한 에고 소멸의 가르침에 서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대 문명에서 제대로 된 실천 여부를 가리는 것은 역시 그 결과를 보는 데 있을 것입니다. 왜적의 침략이 임박했는데 누가 공리공론에 빠졌으며 누가 실제 무력을 키우며 준비했는지 하는 것을 보자는 것입니다. 교회와 신의 이름으로 약탈 살인 강간을 일삼은 자가 누구인지를 보면 누가 반기독교적인지 참으..

단상 2022.08.04

인문제세

카톡에서 좋은 글귀를 열심히 올리는 분들의 선의는 알지만 모두가 근본 치료책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삶이 근본적으로 혁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삶의 근본 혁신은 마치 골프 선수가 일관성 있게 공을 마음대로 보낼 수 있는 자세를 체득하듯이 조건없는 사랑, 즉 인(仁)이 체화될 때까지 훈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가르침에 따르면 의예지신 - 모두가 인에서 나옵니다. 인을 체득하기 위해서 매일 하는 훈련이 바로 정좌와 독서입니다. 정좌와 독서에 수반하는 것이 하루 세 번 자신을 돌아보라는 구방심(救放心)인데 제가 볼 때는 불가의 여섯 바라밀이 가장 잘 체계화된 공부 방법입니다. 인문학은 바로 이 일에 기여함으로써 삶을 근본적으로 반석에 올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제 공부의 ..

단상 2022.08.03

오페라 처사 남명 후기

제가 감히 퇴계 선생보다 높게 평가하는 남명 선생을 다룬 이야기라서 생전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엘 가서 오페라씩이나 감상했습니다. 어린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던 선생께서 퇴계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끝내 벼슬을 하지 않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페라를 다 보고 추정컨대 선생은 왕명을 받아 왕가에 기여하기보다 임박한 왜적의 침입을 더 중시하신 게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충효에 대한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보신 선생은 이미 집안 청소도 않는 게 무슨 선비냐라고 퇴계를 비판하신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불선을 통달하신 선생께서는 왕가의 이익보다 민족공동체의 안위가 더 중하다고 보신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강점기 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을 폄훼하기 바빴던 일본의 영향으로 오늘까지 우리 정신사에 남명에 대한 제..

단상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