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적자지심에 이르는 길

목운 2020. 7. 28. 08:03

오늘은 제가 발견한 재미있는 관점을 하나 제시해보려 합니다. 동아시아에서 갓난아이 마음(赤子之心)은 대인 또는 성인의 마음이라 합니다. 한편 바이블에서도 아이처럼 되는 게 천국 진입의 조건이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불명확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바에 따르면 엊그제 언급했던 대로 우리 사고틀과 감정습관이 이진법 프로그램 덩어리임을 인식하고 마치 컴퓨터를 초기화하듯 모두 삭제하는 것이 긴요하며 그 방편이 바로 정좌(정관 또는 관조)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도달하는 경지가 노자와 에크하르트에게서 동일한데 바로 무지입니다. 갓난아이의 무지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바로 "무지가 있는 곳에 결함이 있고 헛됨이(이부현 선집, 277쪽)" 있지 않나 하는 질문이 바로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거기에 대한 답이 같은 쪽에 있어서 가져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람의 모습을 바꾸어주는 지식(Uberformte Wissen)에 도달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무지는 무지에서 오는 것일 수 없고 오히려 지식으로부터 무지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는 지식으로부터 무지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적 지식으로 아는 사람이게 된다. 우리의 무지는 초자연적인 지식으로 고귀하게 꾸며진다."

에크하르트의 위 답은 15세기 쿠자누스라는 철학자도 답습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신인합일을 추구하는 모든 신비주의의 두 기둥 가운데 하나가 신적 독서(Lectio Divina)가 되고 주희가 요약한 '반일정좌 반일독서'가 대인 또는 성인이 되는 길임을 알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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