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엎어지고 자빠지는 순간(造次顚沛)

목운 2020. 8. 12. 07:06

오늘도 이은선 선생 지은 '논어 읽기'에 대해 써야 하겠습니다. 책 43쪽에 보면 논어에 인(仁)에 관해 신기하게도 108번 거론된다고 합니다. 앞에서 썼듯이 '애'가 인간 사이의 사랑이라 하면 '인'은 신적 사랑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이르기 위해 서경은 온갖 힘을 하나로 모아(惟精惟一) 참나에 몰입하라(允執厥中)고 했으니 그 방편이 정좌라고 하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그렇게 해서 초월적 도움으로 에고를 제거할 때 천리에 이르고 신적 사랑의 화신이 된다는 것이 극기복례의 뜻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신적 사랑, 즉 '인'에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인(里仁) 편에 있으니 '밥 먹는 때나 발이 걸려 넘어지는 찰나에도' 그러해야 한다고 하니 소위 천인합일에 이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는 게 마땅할 것 같습니다.

결국 동아시아 영성은 대놓고 신을 말하지 않았지만 신 의식이 우리를 완전히 차지하여 우리 머리가 되고 우리 존재를 통치하는 상태로 가야 한다는 서양 신비주의의 실천에 통한다고 저는 봅니다. 다만 그 과정은 반성의식을 발휘하여 꾸준히 보시, 지계, 인욕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하고 그 실천의 바탕에는 영적독서와 지관, 다른 말로 선정, 지혜, 정진의 실천이 있습니다.

이상 여섯 가지는 불가의 보살도 6바라밀에서 가져온 것인데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3단계(정화, 명화, 합일)도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제나 인(仁)을 실천할 수 있는 합일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바 그것은 점진적 과정이면서 보살도에서 얘기하듯 부지불식간에 반성의식 없이도 초월 의식이 대신해주는, 즉 저절로 인 또는 자비를 실천하는 '바라밀'의 경지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지구적 역병과 기후 위기에서 삶의 대전환을 이루는 길은 이렇게 내면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급증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인구가 과반이 되기 전에는 어쩌면 위기는 그치지 않을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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