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규칙적인 명상의 필요성

목운 2020. 7. 8. 08:33

제가 복무한 은행권을 비롯해서 많은 회사에서 승진할 자리가 없을 때 활용하는 게 장기 교육입니다. 장기 교육 발령이 나서 많은 전직 지점장들과 교육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때 모 은행 감사였던 한 강사로부터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란 책 내용을 소개받았습니다.

솔깃해서 찾아나선 시스템이 마음수련원이었고 퇴근후 집에서 왕래하며 내용을 전수받은 적 있습니다. 몇 달 하다 흐지부지되었고 온라인에서 그와 비슷한 시스템을 만나 아내와 함께 한 주간 교육받은 적 있습니다.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가상적으로 몸을 지워냄으로써 초월 체험 또는 깨달음을 얻자는 것입니다.

4대 종교의 영성에도 공통된다고 보는데 서구 현대 영성가들의 서적을 접해보니 요컨대 몸과 마음, 즉 에고라 할 수 있는 것과 동일시를 끊어낼 때 텅비고 고요하며 초월적인 알아차림(또는 앎이나 의식)의 상태(空寂靈知)를 만나는 데 그 상태에서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면 조건 없는 사랑과 초월적 지혜가 저절로 터져나오게 되며 그렇게 살 때 자신은 물론 주변에 평화를 심는(平天下하는)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선불교 최고 의식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지는 황벽선사는 그 경지를 말이 끊어지고 마음이 소멸된 상태(言語道斷心行處滅)라 했습니다. 그리스도는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40일간 홀로 명상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리스도의 길을 가려면 먼저 자기를 끊어버리라(마태 16:24)고 하신 것입니다.

어제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의 결론에서 빠진 것이 규칙적인 명상이라고 했는데 규칙적인 명상이라 할 때, 선(禪)이란 말이 하늘에 제사지낸다는 데서 나온 말인 것처럼 매일 경건하게 제사지내듯 해야 합니다. 또한 에크하르트는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 글쓰기나 악기연주처럼 훈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의 자동적인 작용은, 생존을 위해 평생 학습한 프로그램이 마치 컴퓨터처럼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지워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와 근기에 따라 사람은 화약-숯-젖은 석탄 순으로 계층을 이루기 때문에 저처럼 젖은 석탄에 해당하는 사람은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몸과 마음은 무상한 것이며 공적영지에서 나온 것만이 사랑과 평화를 창조할 뿐 아니라 경전이 말하는 것 이상을 알고 실천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그리스도가 하신 것 이상을 하게 된다는 것을 체험으로 확인할 때 우리 몸이 이승에 있건 저승에 있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성인들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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