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메시아론과 수행공부

목운 2020. 6. 24. 09:12

제 공부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서 풀어 놓으면 간혹 어제처럼 관심을 가지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메시아론을 거론코자 합니다. 메시아 또는 미륵불의 변형은 넓게 퍼져 있어서 김일성 수령에서부터 미국의 인민사원과 아프리카 일부 독재자에 이르기까지 고금동서를 가리지 않고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통스런 현실 타개를 위해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고 메시아의 뜻대로 살면 지복 또는 천국이 실현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파악한 천인합일의 공부도 이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즉 좌선을 통해 나라는 것(에고 또는 정[情], 심생멸)을 지워내면 불이(不二)의 경지에 도달해서 신 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의 뜻대로 살게 되는데 그때 비로소 지복 내지 천국의 맛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이것을 수령론 내지 뇌수론으로 발전시켜 사회생명체론이란 걸 내세웠는데 실은 기독교에서도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삶이 바로 지복의 삶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수령의 자리 또는 그리스도의 자리에 보이는 인간이나 조직(교회나 국가)을 들여놓으면 그때부터 부패의 길로 들어서는 겁니다. 그러니 이것은 답이 아닙니다.

신비주의는 저 머리의 자리에 일자(플로티누스), 천리(주희 초기) 또는 상제(주희 후기)를 올려놓는 점이 다릅니다. 제 학습용어로는 우주의식 또는 신 의식이 됩니다. 종교개혁, 민주정과 정보혁명을 거친 오늘날은 머리 자리에 어떤 인간이나 조직이 아니라 각자의 참나(性)를 확인해 그것이 주재하도록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바로 [자아 실현(self realization)이 아닌] 참나 실현(Self realization)의 공부가 그것입니다.

이 공부는 불가의 보살도와도 같은데 먼저 에고, 즉 탐진치를 부정 내지 제거하고 나서(산은 산이 아님) 다시 에고를 쓰면(산은 산임) 하나의 경지(不二)에 이르러 저절로 자비행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용은 먼저 투명해지고(诚) 에고가 끊어진 자리(中)에 들어 앉으면(윤집궐중) 하는 일마다 도덕과 절도에 딱딱 들어맞는다(和)고 본 것입니다. 불교는 이것을 더 요약해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습니다.

이 공부는 평생 붙들고 해야 하지만 제가 접한 종교나 영성에서 가르치기를, 열심히, 즉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심정으로, 무예나 악기를 훈련하듯 하다보면 어느 순간 초월 의식이 자기 일처럼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맹자가 인작(人爵) 전에 추구하라 했던 천작(天爵)이라 보는 겁니다. 그렇게 임종 직전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꾸준히 간다면 임종도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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