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신과의 입맞춤~ 시간(2)

목운 2023. 5. 31. 12:41

초탈의 독일어는 버리고 떠나 있음(Abgeschiedenheit)인데 접두어 'ab-'는 분리(off, away)를 뜻하고 동사 'scheiden' 또는 'ge-scheiden'은 고립, 분리, 떨어짐 등 타동사의 뜻과 떠남이나 죽음 등 자동사의 뜻이 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게 그것은 모든 이미지나 "창조된 것"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피조물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거기에 피조물이 없고 신이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하며 "모든 피조물이 비었다 함은 신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며 피조물로 가득하다는 것은 신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신과 합일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탈의 뜻은 창조주(신)와 피조물(인간) 간의 근본적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차이는 그저 인간이 초탈을 통하여 오르고자 하는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하면 초탈이란 (욕망의 대상으로서) 신과의 합일을 이루려는 인간 욕망의 결과로 파악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초탈이란 대상이 아니어서, 즉 "그 무엇도 순수한 초탈의 대상이 아니어서" "그것은 적나라한 무(無) 속에 정지하고 있기" 때문은 물론, 초탈이란 인간(homo)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로 던지고, 인간을 욕망의 주체로 볼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에크하르트가 사용하는 일(werk)이라는 개념을 보면 왜 초탈이 한 주체의 활동이 아닌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활동으로 보면 자기 표현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거기에 중개의 요소가 따라오는데 중개라는 것은 신과 직접 합일할 가능성을 결정하게 된다. 한편 신의 창조(즉 신의 "일")는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기도 하다. 그것은 자기 표현이다. 그러나 신은 오직 인간이 떨어져 나간 곳에서 "일하실(wirken)" 수만 있다. 따라서 초탈이란 종교적이거나 신비적인 "체험"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 양식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신을 그 관계성(즉 초탈)을 통해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초탈이 두 존재 간의 관계를 특징으로 한다고 이해하는 게 적당하다. 참으로 초탈이란 인간과 신의 "관계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두 실체(즉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두 주체) 간의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신과 인간에 관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개념은 이 관계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신과 인간의 합일은 "확고한" 일체, 즉 두 실체의 일체가 아니라 "그때그때 다른 일체(a wandering, peregrine identit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