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버리고 떠나 있음' 일부 인용

목운 2020. 9. 10. 09:01

에크하르트를 1년 가까이 읽어도 제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깊고 높은 정신에서, 그리고 그분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그분의 강론 또는 설교들이 결코 통속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통속적이라고 할 때는 얕고 임기응변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다 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서나 일부 뉴에이지 영성 같은 것들이 그러하지요! 하지만 에크하르트의 문장들은 모순이 가득하여서 삶의 모순을 깊이 이해할 때까지는 괄호 속에 놓고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하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몇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고 제 생각을 살짝 덧붙이는 데 그치려고 합니다.

= 정작 신의 뜻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화를 낸다... "아 그것이 다르게 이루어졌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아졌을 텐데"라고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말하는 한 그대는 결코 평화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대는 그것을 최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부현 '선집', 208쪽) → 그제 올린 글의 요약이자 강조입니다. 

= 죄들이 크면 클수록 신은 더욱더 기꺼이 그리고 더욱더 빨리 용서해 주신다. (위 책, 같은 쪽)

= 모든 것은 영혼의 가장 내적인 곳에서 가장 최상으로 그리고 가장 최고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에 대해 무엇 때문에 하나도 모르고 있는가? 그 까닭은 그대가 거기에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위 책, 209쪽) → 저는 중용의 중(中)과 같은 가르침으로 보고 싶습니다.

=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이 남을 사랑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대들이 제대로 생각한다면 사랑은 계명이기보다는 오히려 보상임을 알 것이다. (위 책,  같은 쪽) → 우리는 보통 사랑을 계명으로 압니다. 하지만 타인을 '나'로 보게 된 것의 결과 '보상'으로서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으로 읽고 싶습니다. 

= 그대가 항상 그대 자신의 어떤 것을 추구한다면 결코 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오로지 신만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전적으로 포기하고  자기 자신을 벗어나야 한다. 그럴 때 그 사람은... 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신으로부터 받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 (210-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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