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정복성

6장 3

목운 2015. 3. 9. 12:31

의식의 흐름인 생각의 내용물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것을 우회하고 뛰어넘기 위해서 생각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냉정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금방 알게 됩니다. 즉 우리가 그 가치를 덧씌우지 않으면 생각의 99%는 그저 지루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 환상에서 벗어나면 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그 매력은 줄어들게 됩니다. 생각에 대한 또 다른 환상은 생존을 위해서 생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인데, 실상 생존은 참나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깊이 집중해보면 생각이 출현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매우 일찌기 없앨 수 있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끊임없이 집중하고 그 유희적 가치를 버리면 형상을 갖출만한 것은 서서히 사라지고 생각에 대한 욕망은 그저 지나가는 욕망으로 잦아듭니다. 그때 비로소 이런 충동을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욕망이 있기에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과 영상은 그저 상상 속 가치를 가질 뿐이라는 게 놀랄 정도로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참으로 생각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면 우리가 실로 마음의 희생자가 아니라 의도와 욕망으로써 현상을 일으키는 자라는 게 자명해집니다. 자유란 우리가 참으로 겸손할 때 찾아오는데, 겸손함으로써 우리가 생각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체험상 이득이나 대가를 얻기 위해서 생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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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껄이는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보다 광범위하면서 초점을 가지지는 않는,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고요한 알아차림이 있다는 것을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내용물보다 맥락에 주의를 집중하는 묵상이나 명상으로써 우리는 일시적이면서 의지가 작용하는(그래서 독자적인) 것으로부터 의식 자체의 불변하는 성질과 쉽사리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내용물의 세목이 아니라 내용물이 나오는 장(場)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결과 의식이 갑작스럽게 도약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삼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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