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효와 멸정복성

목운 2015. 9. 13. 17:11
아무리 고상한 가르침도 에고가 신이 되려는 데 복무하면 모르느니만 못하죠! 6조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하는 선불교의 경우도 악용되어 가미가제 자살폭탄의 도구가 된 바 있습니다. 유교 가르침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효'도 땅과 혈육을 우상화하고 제로섬의 권력투쟁에 복무함으로써 조선을 패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효경의 '입신행도'에서, '행도'란 기독교식으로 얘기하면 혼과 심장, 즉 존재 전부를 바쳐 신을 섬기라는 1계명을 준수하는 것이며, '입신'이란 펑요우란(馮友蘭)에 따르면 사(私)를 버리고 예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입신행도이며 이것만 제대로 되면 충과 효는 물론 하늘 섬기는 일도 해결된다고 봅니다.

하나만 덧붙이면 효경에서도 부모가 잘못되면 간쟁하라고 했지 부모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500년 이상 물려받은 유교의 핵심마저도 제대로 배우고 숙고해본 적이 없습니다. 반복하면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팽창의 욕망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에고를 버리고 본성을 따르라는 가르침(즉, 멸정복성)은 입신행도의 실천을 위해서도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입신행도의 결과 얻어지는 덕과 재화만이 오래 갈 것입니다. 그 결실에 대해서는 반드시 하늘에 영광을 돌리고 우리가 누리는 기쁨에 대해서는 언제나 끊임없이 감사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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