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유교 명상론

목운 2019. 2. 18. 09:33

정은해 님의 '유교명상론, 불교와의 비교철학'을 훑어보니 결국 수행 또는 수양에서 핵심이 되는 실천이 명상(좌선, 정좌)이며 유교 전통을 계승하는 학자들이 명상을 실천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교 명상 방법론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주희와 왕양명을 비교하고 또 이들의 방법론을 불교는 물론 하이데거와 후설의 현상학으로 재조명한 점이 이 책의 얼개이자 특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600여쪽이나 되는 책 내용은 복잡다기하지만 부록으로 붙인 정이천, 왕양명, 이연평, 주희의 명상 요지를 보니 결국 유교 명상법도 요즘 동서 영성에 보존 전수된 방법과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수승화강의 호흡법을 기본으로 차크라를 따라 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 정좌해서 내면에 떠오르는 부정적 사념을 대처하며 없애는 것, 경전의 핵심 진리를 묵상하는 것 등을 기본 줄기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강 읽고 보니 이제까지 제가 실천하던 명상법을 계속 유지하되 역시 요점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며 초월적인 도움을 간구할 것, 양심성찰 내지 육바라밀을 쉬지 않고 실천하되 은혜를 입어 돈오 또는 활연관통을 체험하길 기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동서고금 수행론에서 공통으로 거론되는 비유를 보면 햇빛을 가리는 구름을 제거하는 것은 우리 쪽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며 이것을 성취할 때 이미 존재하던 햇빛은 저절로 비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비추는 햇빛의 자명함과 황홀함이 바로 참나 또는 참본성이지만 그것이 항구하게 우리를 지배할 때까지 끝까지 쉬지 않고 육바라밀 또는 계정혜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까지 학습한 동서 영성의 공통 가르침입니다. 주희나 왕양명은 불교의 수행을 지양하고자 하였으나 현상학적으로 보면 불교 수행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돈오 이후의 공부를 얘기한 혜능과, 점수를 통해  돈오에 이르려는 신수의 차이가 근기의 차이에서 나올 뿐 공부가 극에 이르면 결국 깨달음은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유추컨대 주희-왕양명 차이나 유교-불교 차이는 어쩌면 사소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짐작으로는 죽는 날까지 공부를 놓지 않으면 언젠가 유교의 지향점인 천인합일 상태(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고 그때에는 동서고금의 가르침이 모두 같은 것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모든 수행체계를 요즘 용어인 무조건적 사랑 및 비이원성, 의식 등으로 풀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이 책은 제가 하고 있는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게 분명하기에 대강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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