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현상학 용어로 본 명상

목운 2019. 2. 20. 08:53

새벽 두 시쯤 잠이 깼는데 잠이 잘 안 와서 궁여지책으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단 몇 분이라도 정좌를 하다가 누우면 잠이 잘 오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놓고 조금 앉아 있다가 누웠더니 역시 일어날 시간에 벨이 울리면서 기분 좋게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하면 왠지 두어 시간 명상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엊그제 소개한 정은해 님에 따르면 명상이란, 현상학 용어로 대상에 대한 지각 작용인 대상의식을, 반성의식으로써 무화하거나(불교의 경우) 정화하는(유교의 경우) 일입니다. 재미 있는 것은 불교의 좌선은 '관조적' 반성의식으로 대상의식의 해석작용을 무화시키는 반면, 유교의 정좌(언제나 깨어 있음)는 '규제적' 반성의식으로 대상의식의 해석작용을 정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기독교는 반성의식의 자리에 하느님의 시선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책은 우리의 '걱정근심이 수동적 지각에 대한 능동적 해석(=대상의식)과 이전의 대상의식에 대한 사후적 해석에서 발생한다(594쪽)'고 합니다. 대상의식이란 불교의 오온, 요즈음 영성 용어로 에고에 해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에고 차원에서 사는 사람은 소인이고 항상 반성의식을 가동해서 살려는 사람이 군자와 성인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성의식도 근기의 차이 또는 공부 수준의 차이에 따라 같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을 의식지수로 표시하여 진화하는 의식을 고찰한 것이 호킨스 패러다임이고 10지품으로 나누어 상향하는 보살도로 본 것이 화엄경 패러다임입니다. 호킨스 의식지수로 예수와 붓다는 1000이고 아마도 10지품에서는 법운지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법운지에 이른 사람은 바로 완전히 신 의식으로 산다고 말할 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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