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여섯 번째 편지와 멸정복성

목운 2021. 3. 9. 08:24

“너희 인간적 마음과 거기서 나오는 욕망은 유한하므로 결코 행복과 충족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는, 영적으로 고양된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고귀한 목표다. 그러한 행복과 충족은 너희가 자신의 인간성을 내려놓고 ‘신 의식’에게 와서 오로지 더 높은 길과 더 풍요로운 삶, 그리고 세속적 상태에서 너희만이 성취할 수 있는 진정한 영적 목적을 구할 때만 체험하게 될 것이다.” (337쪽)

그리스도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은 지금과 같은 기독교의 가르침이 아니라 ‘존재의 근본 진실’을 깨달아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통해서 원하는 대로 다 이룬다는 가르침은 부분적으로 바라는 것을 이뤄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에고 욕구를 더 강화할 뿐이라는 점도 지적합니다. 이 점은 오늘날 이미 에고 욕망대로 극우들과 손잡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기독교에도 해당한다고 봅니다.

온 우주는, 인력과 척력이라는 에고의 작용을 통해 물질 형태를 취함으로써 볼 수 있게 된 ‘우주 의식’이라는 것이 근본 진실인데 그것을 온 몸으로 깨달아 그 진실을 기초로 그리스도의 참된 희망을 실현해나갈 때 진정한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그 일의 요점을 말하자면 에고가 주인 자리에서 내려와 ‘신 의식’이 주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에고 속박에서 벗어나 ‘신 의식’과 합일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에고가 가지는 결합-배척의 추동력은 우리가 몸을 벗어날 때 우주로 흩어져 버리는, 덧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에고 욕구대로 사는 것은 다음 생 이후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신 의식’의 현존을 느끼며 신 의식이 우리 존재를 관통하며 지도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 위 말씀의 뜻입니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것이 그리스도 의식을 비롯한 거기에 가까이 도달한 스승들입니다.

동아시아에서 그와 똑같은 가르침인 ‘에고를 없애고 참나로 돌아가는, 즉 멸정복성(滅情復性)’의 신유학을 개창한 분이 바로 이고 선생입니다. 이 가르침은 주렴계를 거쳐 주희가 집대성하였고 원나라를 비롯해서 조선의 국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중세 이후 세속화한 기독교 국가들처럼 가르침을 통치 이념으로 사용함으로써 똑같이 실패하는 길을 간 것도 주지하는 대로입니다.

이 말씀에 이어 여섯 번째 편지는 에고의 기원과 기능, 그리고 의식 정화의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더 깊게 기독교의 오류를 지적하는데 끝부분에서 논어에 일치하는 구절도 나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