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얼마나 인(仁)해야 하는지

목운 2023. 1. 18. 09:00

일하면서 나와 기질이 다른 사람과 부딪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내 속에 잠재된 지속적 비판의식, 내가 누군데 하는 자만심, 보다 근본적으로는 분노와 보복심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혼란은 그러한 것을 의식하게 하므로 유익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행공부를 하는 자 또는 학인이라면 조건 없는 사랑이기도 한 인(仁)을 구현하려는 사람인데 그것을 얼마나 철저히 해야 하는지 강조한 말씀이 조차전패(造次顚沛)입니다. 즉 엎어지고 자빠지는 순간에도 인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회의 경우 살펴보니 3개월 동안 그러했더라고 경전은 증언합니다.

그러한 경지는 미루어 짐작컨대 이미 인간이 근본적으로 변모해서 인과 하나 되었다고나 할까 덕이 체화된 상태입니다. 그러길래 안회를 공자님의 수제자라 하며 성인으로 부르는 데 이의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공자님 가르침을 한 글자로 하면 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경지를 애들이나 바보 취급하며 좀 더 낫게 칭하면 부처님 마음이라 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경멸적으로 부처님 반토막이란 말도 씁니다. 그렇게 말을 꺼내다보니 어떤 처녀에게 애를 배게 했다는 누명을 썼다가 나중에 처녀의 고백으로 명예회복했다는 스님 얘기가 떠오릅니다.

한편으로 그 스님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멀리 내다보는 지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인내하고 포용하는 훈련이 된 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세상은 그런 경지가 쉽사리 얻어지지도 않고 결코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속좁고 단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 현실을 돌아보며 자성(自省)의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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