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깨달음과 멸정복성'의 특성과 요점

목운 2023. 5. 9. 20:41

엊그제는 52년 전에 같은 써클을 했던 친구 7명과 식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천주교와 천주교 호교론을 쓰려던 파스칼에 심취해 있었기에 한 친구가 아직 천주교에 열심인지 물었습니다. 저는 늘 답하던 대로 아무도 졸업시킬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졸업했다고 답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에야 제가 쓴 '깨달음과 멸정복성'이 (천주교) 졸업 논문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실제 제도 교회가 왜 불필요한지 묻는다면 저는 제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사회 시스템 및 인간성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할 만큼 성숙하다면 제도 교회는 해롭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봅니다. 저는 제도 교회를 비롯한 여타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대신 직접 '존재의 근원(=신)'을 접하려는 신비가의 길을 대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그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남은 생 동안 어떻게 도를 닦아나갈 것인가 그리고 임종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책을 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사를 통해 전해진 텍스트와 철 없을 때 접한 그리스도 말씀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을 했고 그 심경을 최대한 자세히 써보고자 한 것입니다. 나아가 제 설명을 잘 이해해서 삶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안심입명 하는 분이 단 한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제 책의 요지는 대승기신론, 중용을 비롯한 사서, 그리고 기독교의 신약을 회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세부 내용 또는 전체 맥락을 묻는 분은 없고 간혹 어렵다고 하거나 제목의 뜻을 궁금해하는 분이 있습니다. 제목이 말하는 깨달음의 경지란 그리스도 말씀하신 내면의 천국에 이른 상태 또는 불가에서 말하는 부처의 집에 태어난 상태를 말합니다. 또 성서는 새로 났다고도 하며 어떤 현대 영성가는 우리 안의 보다 높은 실체가 드러난 것과 같다고도 합니다.

그러한 경지에 가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바로 멸정복성이며 멸정복성이란 유가의 극기복례와 같은 말입니다. 영어로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입니다. 세 표현 모두 우리 정체성에 두 측면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두 측면이라 하면 대승기신론의 생멸심과 진여심입니다.

요컨대 제 책의 특성을 다시 정리하면 첫째 탈기독교의 필요성과 대안으로서 신을 직접 체험하려는 신비가의 길을 제시한 것, 둘째 노후 대책으로서 꼭 필요한 수행서이자 임종 준비서, 셋째 멸정복성이 천국에 이르는, 또는 부처의 집에 태어나는 공부법을 불교, 유교, 기독교 텍스트로 입증코자 한 것이며, 마지막으로 칼융의 계보를 이은 정신 의학자가 제시한 '놓아버리기' 법을 통해서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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