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69

방하착을 하는 이유

나비되기의 스티븐 데이비스와 레팅고의 호킨스는 나름 서양 영성을 섭렵한 지성인이고 그래서 그 분야 첨단을 가는 분들입니다. 공통점은 부정적 감정을 놓아(끊어) 버리는 방편을 각 3년 내외 실천해서 높은 경지에 가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이게 유교 내지 동양 문화에서 말하는 이치와 딱 맞는다는 것입니다. 탄허스님 말씀을 인용합니다. "인간성, 불성, 신성을 구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자리에서 쓰냐에 달려 있다. 성인은 그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성의 자리는 추구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정을 제거할 때 빛처럼 드러나는 것이라는 게 깨달..

단상 2015.09.15

효와 멸정복성

아무리 고상한 가르침도 에고가 신이 되려는 데 복무하면 모르느니만 못하죠! 6조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하는 선불교의 경우도 악용되어 가미가제 자살폭탄의 도구가 된 바 있습니다. 유교 가르침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효'도 땅과 혈육을 우상화하고 제로섬의 권력투쟁에 복무함으로써 조선을 패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효경의 '입신행도'에서, '행도'란 기독교식으로 얘기하면 혼과 심장, 즉 존재 전부를 바쳐 신을 섬기라는 1계명을 준수하는 것이며, '입신'이란 펑요우란(馮友蘭)에 따르면 사(私)를 버리고 예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입신행도이며 이것만 제대로 되면 충과 효는 물론 하늘 섬기는 일도 해결된다고 봅니다. 하나만 덧붙이면 효경에서도 부모가 잘못되면 간쟁하라고 했지 부모라고 해서..

단상 2015.09.13

일상 속에서의 명상

오늘 페이스북에서 이순신장군에 대한 인상깊은 글을 읽었습니다. 옮겨오면 "준비, 준비, 준비...훈련, 훈련, 훈련...점검, 점검, 점검... 이순신 리더십의 전부였다. 이순신을 구성하는 프랙탈은 활쏘기와 곤장이었다."는 것입니다. 해당분야만 바꿔 넣으면 위에 이순신 대신 김연아를 넣어도 말이 됩니다. 성공하거나 위인이 되는 비결이 이렇게 단순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압니다. 다만 실천이 안 될 뿐이죠!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상이 세상 삶에 잘 적응하고 삶을 경영하는 일뿐 아니라 인격과 품성의 향상, 더 나아가서는 신인 합일이나 궁극의 실체 체험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임을 부인할 사람이 없습니다. 수천년 동안 책상다리를 하고 일상에서 단전호흡을 생활화해온 게 우리 전통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상 ..

단상 2015.09.06

외부 효과와 명상

경제학에서 배우는 인상깊은 개념 가운데 외부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외부 효과에는 긍적적인 것인 외부 경제와 부정적인 것인 외부 불경제가 있죠. 대체로 자연에는 외부 경제만 있으나 인간 세상엔 남을 해치며 자신의 이득을 구하는 일이 많아서 외부 불경제가 존재합니다. 대기 오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가 볼 때 자연에서의 외부 경제를 보고 얻은, 우리 삶의 지침이 되는 대표적인 경구가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꽃과 벌은 각각 자기 존재의 최선을 위해 움직이며 존재하지만 꿀을 주고 받으며 번식을 합니다. 도덕경이 말하는 하늘의 도와 성인의 도는 여기에서 저절로 도출됩니다. 인용하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되 해치지 않으며 성인의 도는 행하되 다투지 않는다(天之道 利而不害, 聖人之道 爲而不爭, 노자 81장..

단상 2015.09.01

종(또는 종복)과 대리인

제 전공이 경제학입니다만 경제학에도 영성과 관련지을 수 있는 유익한 개념이 한두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리인에 대한 이론은 유기적 조직의 감시비용과 관련된 중요한 이론입니다. 요컨대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 설립목적에 맞도록 구성원들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여러가지 내부통제 수단을 도입합니다. 이때 대표이사와 종업원들은 주주의 대리인이며 이들이 주주이익에 제대로 복무하는지 감시하는 모든 비용이 감시 비용이 되겠죠. 한편 이 블로그가 전제하는 것처럼 인간 존재를 참나-소아로 보면 소아는 참나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는 대승불교, 신유학, 기독교에 공통적이기도 합니다. 세 패러다임이 용어만 다르게 구사할 뿐 핵심은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아가 참나의 뜻을 완전히 파악해..

단상 2015.08.30

향상일로

일터에서 가끔 보면 자식을 심하게 닥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노심초사로 아이를 꼼짝할 수 없게 하는 부모들을 봅니다. 세상이 그렇게 짜여져 있고 또 같은 훈련을 받아온 부모 입장에서는 어쩔수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뿐 아니라 노자께서도 아이의 품성을 인간의 이상으로 거론하셨습니다. 제 생각에 그 품성이란 선악과를 먹고 이원성에 빠지기 이전의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선악과 먹기 이전 비이원성의 상태로 돌아가 세상 시스템에 적응하며 세상을 잘 경영하고 마음껏 누릴 뿐 아니라 가는 곳마다 중생을 이롭게 하며 사는 기특한 방편이 없을까요? 제 생각에 이것이 4대 성인께서 천착하셨던 과제입니다. 답은, 먼저 변하지 않는 자리(性, 양심, 진아, 하느님 자리 등)를 찾고 군자(성인, 보살, 진인 등)..

단상 2015.08.28

남은 삶의 목표

땅바닥을 기는 애벌레처럼 살지 말고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살라는 메시지가 우주에 숨겨져 있습니다. 고치 속에서 제몫을 다하여 때가 되면 저절로 고치를 벗어날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영혼의 어두운 밤'입니다. 즉 무아가 되어 신인합일에 이르는 것이 바로 깨달음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자님 노선에 따라 말하면 '지천명'과 '이순'을 통과하여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로 가는 것인데 그것을 성취하는 것이 효경의 '입신행도'에 가장 충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효도와 충성, 경천의 길이기도 하기에 전심전력 추구할 가치가 있습니다. 지행이 딱 합일하면 그때 비로소 생사를 벗어난 '출세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주) 선가귀감 73장은, 참나와 하나가 되어 삼세와 인과에 매이지 않는 경지를 '..

단상 2014.11.14

출구대책

아버지만큼 산다면 딱 20년 남았는데... 지금 삶의 균형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은 더 근본적인 출구대책을 강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상 그동안 제법 사람구실도 하고 체면유지까지 하면서 살아온 것은 순전히 은총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내 능력을 믿을 게 아니라 신께 믿고 맡기는 게 옳다. 그리고 내쪽에서 할 일은 생각과 말과 행동 모든 것을 신께 봉헌하는 쪽으로 철저히 방향전환하는 것이다. '수행해서 무엇이 된다'거나 '구원을 얻는다'는 쪽이 아니라 모든 집착을 놓아버리고 신의 의지가 관철되도록 하기 위해 소아쪽 장애물을 치우는 것이다. 그 길에서 붙들고 있어야 할 방편은, 정직 자각 책임으로도 표현되는 성(誠)의 준수, 6바라밀의 실천과 호킨스 방하착(로버트 프로세스) 등이다.

단상 201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