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유아의 마음과 깨달음의 요체

목운 2024. 2. 17. 08:29

선현들은 모두가 깨달아서 이승에서부터 천국과 같은 삶을 살도록 깨달음의 요체를 아주 쉽게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오늘 명상중에 제 유아 시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요컨대 그때는 나라는 생각도 없었고 따라서 내가 무엇을 했다고 기억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어른들이 신문지를 보여주며 읽는 방법을 가르쳤고 금방 뜻도 모르고 문자를 줄줄 읽었던 모양입니다. 흔히들 육아를 하시며 경험하셨듯이 어머니는 신동이 태어났다고 확신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5학년때 과외공부를 다니던 풍경과 사설 과외 집의 풍경만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공부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지만 1년 선배와 간첩을 신고해야 한다며 동네를 돌아다닌 기억도 역시 어렴풋이 마치 꿈처럼 스칩니다. 그보다 훨씬 어렸을 때는 정말로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동네 어귀에서 자전거에 치여 머리를 다쳤다는 것을 머리 속 상처와 누군가가 (아마도 어머니가) 말해준 덕에 알 뿐입니다.

저는 우리 의식을 바로 이런 유아 시절로 되돌리면 지금처럼 과거 체험과 미래 걱정을 융합하고 여러가지 계산을 하는 나라는 게 없어지고 오직 신 의식만이 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상태가 되리라고 봅니다. 신 의식이란 유아인 우리가 자기 생각과 계산 없이도 몸을 운영해 주고 세상에 필요한 것을 (울어대고 졸라대며) 외칠 수 있도록 해주는 충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의식의 작용을 '그리스도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신 의식은) 몸의  장기와 그 활동 부위 내부에서 너희 인간적인 의식보다 훨씬 더 질서 정연한 지성과 배려 깊은 의도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생명을 유지 존속시키고 세상 삶을 헤쳐나가려면 이기적 에고 충동, 즉 동물적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신 의식의 작용과 그 도움받기를 잊거나 포기합니다.

그 결과 유아가 누리는 걱정 근심 없음과 생명의 환희도 함께 잊게 됩니다. 드디어는 소위 말하는 세상으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가 극에 이르러 (즉 고통이 견딜 수 없게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들이 바로 점보기, 제사 지내기(즉 하늘에 빌기), 철학과 같은 학문 체계 세우기, 의료 체계 만들기, 정치 체제 만들기, 영성 공부하기 등등입니다.

그러나 제가 발견한 것은 이기적 에고 충동에서 벗어나 나라는 것, 또는 소위 거짓 나(즉 무상한 모든 것)와 결별하고 오직 신 의식만 남아 모든 것, 즉 몸 살이와 세상 살이가 신 의식 뜻대로 작동되도록 하면 그것이 바로 천국의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와 여타 선현들이 가르치신 깨달음의 요체일 것 같습니다. 특별히 맹자는 유아의 마음을 잃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된 사람(大人)'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동서 선현의 말씀에 모순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단단히 믿는다면 이제 깨달음을 위한 모든 가르침과 방편이란 바로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적절히 궁리하고 연습하고 점검하면서, 혼자 또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큰 성취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참으로 이승에서부터 천국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유아의 상태는 한두 가지만 나열하면, 매우 정상적인 가정에서 키워진다면 아무것도 비난 심판하지 않으며 완전한 평화와 기쁨 속에 있기에 누구에게나 미소를 짓습니다. 세상을 구제한다고 노력하며 나서지 않습니다. 필요한 모든 것이 채워질 것임을 그냥 압니다. 순간에 몰입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상처가 아닌 한 모두 잊습니다. 독자께서도 그밖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수행공부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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