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송명이학과 효

목운 2024. 2. 22. 08:32

저는 송명이학, 즉 성리학이 수행체계라고 보고 책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블로그에 수시로 그런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서양철학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소개하면서 사실상 수행체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결국 인간 심리에 여러 층이 있고 동물적 이기심에 기반하여 구축한 바깥 질서가 오늘날의 민주정과 시장경제인 반면 심령이나 잠재의식, 혹은 보다 깊은 자아에 기반하여 구축한 학문이 철학이나 종교, 아니면 영성인데 이들은 결국 인간의 궁극적 자유나 행복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오늘 논하고 싶은 것은 송명이학에서는  우리 존재를 육신으로만 보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 부모이기 때문에 그들이 효에서 요구하는 것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절대자에게 대한 것과 같다고 보입니다.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을 읽다보니 효도와 제사에 대한 세세한 규정들은 주자가례에서 따온 것인데 제게는 바리새들의 딱딱한 법제와 다름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송명이학의 전제가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존재는 신체만이 아니라 정신이나 의식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영성은 우리 존재가 근본적으로 의식이며 그 의식은 우리가 수정란이 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그 의식이 먼저 우리 신체를 비롯해서 이승 삶을 스케치하고 나서 이 세상에 나온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 개별 의식이 존재를 나누어 받는 원 의식(source consciousness)이 바로 우주 의식 혹은 신 의식입니다. 그렇게 보면 송명이학이 존재의 근원이라고 본 부모에 대한 효는 모두 신 의식에게 향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한 것은 효경이나 격몽요결에서 세세히 논하는, 부모에 대해 간하는 요령도 합리적인 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존재의 근원에 어떤 결함이 있어서 그 과오에 대해 간할 일이 있다고 보는 것보다 근원에는 불완전이나 결핍이 없다고 보는 게 합당합니다. 황제나 임금에게는 천명을 얘기하면서 부모보다 더 상위 존재를 전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고쳐서 받아들입니다. 요컨대 송명이학이 말하는 효는 존재의 근원인 신 의식에 바쳐져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