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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복성서를 통해서 유교와 불교 그리고 기독교가 하나로 꿰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탄허록과 금장태 님의 동양고전 입문서 '비움과 밝음'을 통해서 그것을 더더욱 확인하였습니다. 함께 보겠습니다."성품(性)이 내 마음(心) 속에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내 성품(人性)이지만, 동시에 하늘에서 온 것이라는 점에서는 하늘의 성품(天性)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속에 있는 마음과 내 위에 나를 넘어서 존재하는 하늘이 상하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요, 이 둘을 연결시켜주는 통로가 되는 것이 바로 성품이다. 길이 끊어졌으면 건너갈 수가 없으니 그 길을 잘 찾아내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비움과 밝음, 76쪽)"이 해설은 맹자 진심상을 소개하면서 붙인 것입니다. 진심상에는 마음을 철저히 파면 성품(불가의 진여로 보면 좋습..

복성서 2018.08.24

종교의 자연사

오늘은 호킨스 박사 글 하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지배층은 청교도 윤리로 사회를 통제함으로써 부와 신분을 확보했다." -- 여기서 청교도 윤리를 넓게 해석해서 대체로 권선징악과 상선벌악을 핵으로 하는 근본주의 종교를 염두에 두고자 합니다. 대개 2세기 전후에 페르시아 군사도로 양 끝에서 메시아 사상과 미륵 사상으로 대표되는 구세 사상이 기독교와 불교의 핵심 사상이 되었습니다. 불교만 보자면 선비족이 중국을 다스리기 위한 이념도구로 왕즉불 사상을 주입함으로써 지배도구로 되었습니다. 그 유적이 대규모 석굴로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석굴암이 그 일환입니다. 이러한 이념도구가 인류 발전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지만 어언 15세기 이상 지나는 동안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상선벌악하는 외..

단상 2018.08.23

어떻게 살 것인가?

동아시아의 사상 또는 학문이란 결국 이곳에 살던 이들이 이승의 고통을 벗어나면서도 세상의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추구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이곳에서 발흥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교와 유교에 불교가 더해지면서 통합적인 답을 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답을 쉽게 풀면 '규칙적으로 정좌하여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고 거기서 자명하게 얻어지는 매 순간의 실천방안을 세상에 펼치자'쯤 됩니다. 동아시아 지성인이 수천년간 실천한 것이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결론을 조금 바꾸어 써보겠습니다. 우리 삶에서 성공의 토대는 신인합일을 이루는 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 실천적으로는 모든 일에서 최우선적으로 존재의 근원(또는 제1원인, 신 의식, 불성)을 만나야 합니다. 이 경지는 반드시 규칙..

중(中)과 화(和)의 실천

아시는 분도 계시지만 엊그제 거론한 서경 16자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죠! 저는 한 됫박 구슬밖에 모으지 못했지만 무엇으로 어떻게 꿰어야 하는지(一以貫之) 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순전히 탄허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승을 사숙한 덕입니다.서경 16자구란 '사람 마음은 위태하고 참마음은 미력하다. 갈고 닦으면 하나일 뿐이니 집중하여 그 속을 꽉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또 실천력이 약해집니다. 우리말에서도 심중, 궁중 할 때 중은 깊은 속을 말합니다.사람 마음에서 깊은 속이란,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도심(참마음으로 해도 좋을 것입니다)으로 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중용은 희로애락이..

성(性) 자리, 정(情) 자리

성인은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 반면 범부는 모든 현상적 존재가 성의 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고 쓰기에 인간성이라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情)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데 있다(탄허록 115쪽). -- 호킨스 요약집이라 할 수 있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 제목이 멸정복성(滅情復性)을 얘기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와 같네 하는 지점에서 어떻게든 복성서를 번역하자고, 부족한 소양으로 1년 가까이 씨름했습니다. 다행히 중국어 해설이 있어 번역을 마치고 나니 김용남이란 분이 복성서에 대한 박사논문을 두 권의 책으로 낸 것을 알았습니다. 위 두..

복성서 2018.08.19

격물치지와 회광반조

삼강령 팔조목 중에 치지(致知)의 '지'자가 근본인데 이것은 망상을 가지고 아는 것이 아니라 망상이 일어나기 전 본래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탄허록, 80쪽)-- 대학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해석에 따라 학파 내지 당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성으로 따져서 아는 것이냐, 고요히 침잠한 가운데 영감 또는 직감을 떠올려서 아는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고 선생과 탄허스님은 후자이고 주희는 전자에 가까와 보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주희가 명상, 즉 거경의 삶을 실천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성도 우리 존재 근본에 새겨진 로고스를 찾는 도구라고 보면 결국 같은 결론과 실천에 도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탄허스님이 우려하는 바, 바깥 세상의 이치에 치우친 망상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

단상 2018.08.18

상근기의 삶

상근기의 삶이란 대인군자, 즉 우주와 자신을 함께 잊고(物我兩忘) 예(禮)로써 사는 성인의 경지를 말한다(탄허록 78쪽). -- 탄허스님에 따르면 예란 천리(天理)입니다. 기독교도 그렇지만 형식주의를 지탱하는 고급 영성을 모르면 바로 형식의 괴물에 농락당합니다. 조선의 유학도 영성을 빌어 가문의 재물 지키기로 사용한 도적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 영성을 빌어 바벨탑을 쌓는 일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하여튼 천리에 따라 사는 삶의 전제 조건은 나와 세상을 잊으라는 것인데 어제 쓴 바의 거경의 삶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항상 깨어 '생각이 끊어진 자리(中)'와 하나가 되는 노력이 바로 '속을 지키는 것(守其中)'이며 그때 비로소 도와 명덕(明德)에 대하여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고 합..

단상 2018.08.15

도(道)를 상실함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도(道)가 없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도는 시공이 끊어져 욕심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이치를 알아 각 분야에서 도를 실천할 때 올바른 정치가 나오는 것이다(탄허록 67쪽) -- 도에 대한 탄허스님의 간결한 정의가 돋보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끊어졌다는 것은 생멸문에서 벗어나 진여문에 들어간 경지입니다. 즉 명상으로 희로애락이 나오기 전인 중(中)의 상태를 체험하고 6바라밀 또는 4단을 자재하게 구현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서경의 16구 가운데 나오는 미약한 도심(道心)으로 위태로운 인심(人心)을 극복하였기에 사(私)가 없이 공(公)에 따라 살 수 있는 경지입니다. 이 정도의 기본 교양은 삼국 시대 이래 이 땅을 거쳐간 최고 지성들이 이미 설파하였건만 도에 대한 교육이 ..

단상 2018.08.14

부정적 감정 다루기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르면 위험 신호임을 깨닫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에고로부터의 자유, 40쪽)-- 부정적 감정은 낮은 의식의 징표입니다. 의기소침, 슬픔, 공포, 욕망, 분노, 교만 등은 특별히 신속히 확인하고 내버려야 할 감정들입니다. 이 감정들은 순전히 진화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것들입니다.부정적 감정을 내버림으로써 의식을 상승시키는 방법으로는 로버트 프로세스 또는 호킨스 레팅고가 있습니다. 요컨대 해당 감정을 최고조로 느껴본 다음 의도적으로 결별하는 것입니다. 이런 수준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벗어나는 데 시간도 걸리고 잘 안 된다는 느낌이 있지만 노트를 마련해서 기록해가며 꾸준히 시도하면 결국 벗어날 수 있습니다.과거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에고 벗어나기

다른 이에게서 찾아내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우리 안에서 더욱 고집한다. 그래서 지혜에 따르면, 에고가 숨기는 것을 깨닫고 싶다면 내게는 없고 남에게 있다고 뚜렷이 확신하는 것을 더 잘 살펴보라고 합니다. (에고로부터의 자유, 35쪽)-- 이 말씀은 칼 융의 처방에 맞닿아 있습니다. 융은 '남에게 무언가 내 화를 돋구는 게 있다면 그 점에 있어서 내게 문제가 있다는 표시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내게 절대로 문제가 없다고 믿지만 그것을 밖으로 투사한 때문에 나는 자신있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에고를 다루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일은 지난한 일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에고에서 벗어나는 만큼 우리 의식이 향상하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이더라도 그 속도는 아주 느립니다. 어려운 시험에 붙고 직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