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서

성(性) 자리, 정(情) 자리

목운 2018. 8. 19. 07:39

성인은 모든 것이 성(性)의 마음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쓰기에 불성이니 신성이니 한다. 반면 범부는 모든 현상적 존재가 성의 자리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고 쓰기에 인간성이라 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성인은 성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것이고 범부는 정(情)의 자리에 앉아서 쓰는 데 있다(탄허록 115쪽).

-- 호킨스 요약집이라 할 수 있는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 제목이 멸정복성(滅情復性)을 얘기한 이고 선생의 복성서와 같네 하는 지점에서 어떻게든 복성서를 번역하자고, 부족한 소양으로 1년 가까이 씨름했습니다. 다행히 중국어 해설이 있어 번역을 마치고 나니 김용남이란 분이 복성서에 대한 박사논문을 두 권의 책으로 낸 것을 알았습니다.

위 두 권의 책을 포함하여 복성서에 대한 해설들을 읽어보면 성이란 대승기신론의 심진여, 정이란 심생멸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대승기신론을 붙잡은 지 100일이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도달한 결론은 극기복례, 멸정복성, 거비정화가 모두 성의 자리에서 삶이라는 것을 잘 써서 화엄경의 이상인 향상일로의 길을 가자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성의 자리가 바이블이 얘기하는 '내 안에 있는 천국'이며 이 천국을 먼저 누리는 것이 피안으로 가는 뗏목을 얻는 것입니다.

2세기에 저술된 대승기신론은 인간 마음에 대한 가장 정통하고 확실한 이론이기 때문에 7~8세기 동아시아 최고의 지성 가운데 한 분인 원효께서 해설을 붙였습니다. 그것이 '대승기신론 소와 별기'로서 중앙아시아와 일본에까지 읽힌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대승기신론의 핵심은 지관문(사마타+위파사나)을 포함한 5행(6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성의 자리에서 마음을 쓰는 올바른 길이라는 가르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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