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종(또는 종복)과 대리인

목운 2015. 8. 30. 06:26
제 전공이 경제학입니다만 경제학에도 영성과 관련지을 수 있는 유익한 개념이 한두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리인에 대한 이론은 유기적 조직의 감시비용과 관련된 중요한 이론입니다. 요컨대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 설립목적에 맞도록 구성원들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여러가지 내부통제 수단을 도입합니다. 이때 대표이사와 종업원들은 주주의 대리인이며 이들이 주주이익에 제대로 복무하는지 감시하는 모든 비용이 감시 비용이 되겠죠.

한편 이 블로그가 전제하는 것처럼 인간 존재를 참나-소아로 보면 소아는 참나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는 대승불교, 신유학, 기독교에 공통적이기도 합니다. 세 패러다임이 용어만 다르게 구사할 뿐 핵심은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아가 참나의 뜻을 완전히 파악해서 그대로 살 때 당연히 감시비용은 제로가 될 것이고 참나가 무소부재, 전지전능한데다 사랑과 평화 자체라면 소아의 능력과 복지는 무한대가 될 것입니다.

신약성서에 많이 나오는 종과 주인의 관계는 물론 성자와 성부의 관계까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가까운 예로서 이재용씨가 자기 일가보다 주주 이익에만 복무한다면 그는 마땅히 가장 정당한 대표이사로 대접받을 것입니다. 영성에서는 소아인 우리가 참나(또는 하느님, 주인공)에게 감시비용 제로인 대표이사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시사하겠지요. 여기에서 난점은 참나의 뜻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뜻을 파악하는 방법과 모범을 4대 성인과 그분들의 가르침을 철저히 준수한 사람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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