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신을 만나는 일

목운 2013. 11. 25. 12:22

에크하르트(1260~1328)를 소개한 우술라 플레밍은 "그리스도교가 비판받는 것 중 한가지가 신을 찾아가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녀는 에크하르트가 기술한 영원한 탄생을 신을 찾은 경지로 보고 거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탄생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훈련과 집중, 높은 열망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 무지한 사람처럼 되는 것입니다. 지눌스님 지으신 수심결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 감정, 오감에서 오는 모든 것을 부인하고 한가지에 몰입하다가 아무것도 모른다 할 때 느껴지는 '공적영지(空寂靈知)'가 바로 순수한 영의 상태입니다. 그때 느껴지는 환희심에만 의지해서 신의 인도하심을 충실히 따르면서 끝없이 덕을 닦아나갈 때 비로소 신과 완전한 합일에 이를 것입니다.

양심성찰을 하고 덕을 닦아가는 요령은 그리스도교 수덕체계에도 풍부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불교와 유교에는 각각 6바라밀과 4단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과 합일할 때 "천년전에 흘러간 시간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바로 지금이며 신께는 천년도 지금 이 순간과 똑같이 가까운 것이다(우술라 플레밍, '그에게는 아무것도 감추지 않았다', 125쪽)"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금강경오가해는 "천겁이 지나도 새롭고 만년에 걸쳐 언제나 지금 같다(歷千劫而不古 亘萬歲而長今)."라고 해서 놀랍습니다.

또 에크하르트는 "나는 신에게 신을 없애달라고 기도한다(I pray God to get rid of God)."고 하고 있어서 역시 모든 모습(相)에서 벗어나야 최상의 깨달음(무상정등정각)을 얻는다는 금강경의 가르침에 부합합니다. 요컨대 모든 것을 바쳐서 신을 만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동시에 기독교 1계명의 진정한 취지라고 봅니다.

'에크하르트 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인합일 또는 천인합일  (0) 2018.10.06
신을 만나는 길  (0) 2018.10.01
홀로 있음과 신을 소유함  (0) 2018.06.05
의식 진화의 길  (0) 2018.05.20
깨달음과 영원한 탄생  (0) 201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