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되기

도입 2

목운 2014. 9. 28. 13:52

 "제발 살려줘요," 조지는 꼭대기를 향해 허공에 소리쳤습니다.

 두번째 사람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친절하고 자비심 가득한 얼굴입니다.

 "무엇이 필요하시오, 형제님?"

 그 사람이 다가오자 신부 칼라가 보이는 듯했습니다.

 "신부님, 저를 이 구덩이에서 꺼내주세요..제발.."

 "오, 형제님.." 목소리는 부드럽고 사랑이 담겼습니다. "제가 5분 있으면 미사를 진행해야 하니까 지금은 안 됩니다. 하지만 오늘 특별히 당신을 위해 기도하리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자, 이게 도움이 될 거요." 하며 가기 전에 구덩이 속으로 책 한권을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조지는 그 성경을 집어들어 읽고 구덩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무슨 방법이 있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드디어는 포기하고 그것을 치워버렸습니다.

 다음 행인은 여자분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조지의 곤경을 듣고는 비타민과 허브 건강보조식품과 함께 유기농 채소를 던져주었습니다.

 "이것만 드세요."라고 말합니다.

 조지는 그것들을 성서 위에다 쌓아두었습니다.

 의사가 지나가다 한주일분 견본 약제 두세병을 주었습니다.

 한 변호사가 우연히 와서는 구덩이 주위에 담을 치지 않은 일에 대해 시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명함을 주고 갔습니다.

 어떤 정치가는 내일 있을 선거에서 자기한테 투표해주면 조지와 같은 몽유병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조지는 이제 구덩이 바닥에 앉아 추워 떨면서 누가 와서 꺼내주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외롭고 가망없음을 느꼈고 좀 무서워졌습니다. 약을 옆으로 치우고 유기농 바나나를 뜯어서 한 입 물었습니다.

 "내가 꺼내줄 수 있습니다."

 강하고 확신에 차고 힘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별로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알듯도 한 목소리였고 티브이 같은 데서 본 것도 같습니다.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기만 하세요, 시각화하는 법을 배우고 그 다음엔 '끌어당김의 법칙'을 쓰세요."

 "하지만 그건 바로 내가 해오던 것입니다. 여기서 빼내줄 누군가를 끌어당기려고요!" 조지가 반박했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그걸 제대로 하지 않았겠지요," 그 여자가 답했습니다.

 그 여자는 얇고 네모난 것을 던져주었고 그것은 조지 발 앞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기다려봐요!" 조지는 그 여자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DVD를 집어들어 포장이 그대로 착 달라붙은 표지를 보았습니다. '아브라함 선생의 가르침, DVD 강좌'라고 써 있었습니다.

 "최소한 휴대용 DVD 플레이어를 던져주었어야지." 그는 듣지 않는 누군가에게 중얼거렸습니다.

 잠시 후에 구덩이 가장자리에, 가부좌를 하고 앉은 선불교도가 나타나 조지에게 명상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적어도..." 선사는 말하길 "충분히 오래 수련하면 비록 구덩이에 있더라도 편안합니다. 누가 압니까? 한두 생 안에 공중부양까지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그 말을 듣자 조지는 이 구덩이에 영원히 있을 운명이구나 하고 체념하려 했습니다.

 "거기서 1미터 정도 비켜줄 수 있습니까?"

 조지는 "뭐라구요?" 하면서 올려다 보았습니다.

 "구덩이 가운데서 조금 벗어나 보세요!"

 조지는 일어나서 두세 걸음 뒤로 가서 "왜요?" 하고 묻자 그 사람이 구덩이로 뛰어 들어 조지가 서 있던 자리로 왔습니다.

 "미쳤습니까?" 그 사람이 일어나 툭툭 털고 있길래 소리쳤습니다. "자 이제 두명이나 되었습니다. 그저 동아줄이나 사다리 같은 것을 던져 줬어야지요!"

 그 사람은 젊잖게 쳐다보며 "그런 걸로 되지 않아요."

 "무슨 소리요?" 조지는 의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도 빠져봐서 나가는 방법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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