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정복성

2장 3

목운 2015. 2. 17. 08:21

겸손은 사실에 관한 모든 지식을 모은 것보다 큰 가치가 있습니다. 그저 멍할 정도로 놀랍고도 절대적인 <만유> 안에 드리운 신의 현존을 완전히 그리고 전적으로 체험하지 못했다면 진짜 아는 게 없고 소위 지식이란 게 그저 잠정적인 것인 줄 아는 것이 안전합니다. 내면에서 "나는 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말 때문에 틀렸습니다. 실제 아는 사람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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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결핍에서 나옵니다. 생각의 목적은 이득입니다. 전부인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빠진 게 없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하고 전부이고 온전합니다. 거기에는 생각할 대상도, 생각할 동인(動因)도 없습니다. 어떤 질문도 생기지 않으며 찾거나 필요로 하는 답도 없습니다. 총체성이란 완전하고 전적으로 충족하며, 채워져야 할 불완전성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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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믿음이 경험을 결정합니다. 바깥에는 "원인"이라 할 만한 게 없습니다. 우리는 자기도 몰래 바깥으로 투사한 것에서 은밀한 보상을 발견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불만과 고뇌를 그저 적어보고 그것을 그 반대편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 의식에 깔린 프로그램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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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다른 사물이나 다른 사람이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저절로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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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마음은 이원적이며 그에 따라 본유적 실체가 없는 임의적이고 가설적인 사고체계에 바탕을 두고 별도의 처리과정을 구축합니다. 그러니 마음은 구조상 데카르트가 지적한 대로 근본적 결함을 가집니다. 즉 객관적 실체(res extensa) 주관적 인식(res cogitans)을 구분하지 못합니다(다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현상에 대한 심리 활동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마음은 자신이 밖으로 투사한 것을 혼동하여 그것이 외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를 가진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체로서 그런 조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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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1만분의 1초만에 현상을 해석합니다. 그래서 마음은 테이프 레코더의 되감기 장치와 같습니다. 현상과 체험 사이에서 마음의 접속면이 사라질 때 그 차이는 참으로 드라마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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