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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정신

지난 달 생전 처음 강연료쪼로 정신세계사에서 돈을 받은 것과 또 이번 달에 생전 처음 인세 계약으로 책을 내게 된 것은 제게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 모두가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불특정 다수를 위하여 꾸준히 해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저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공부한 성과를 꾸준히 나눈 결과입니다. 그러니 이제 먼저 줌으로써 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체험한 셈입니다. 2015년 가을 만난 '그리스도의 편지'가 진짜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4년 동안 나눔을 했더니 강연 부탁을 받았고 오프에서 함께 공부하려는 분 십여 명을 만난 것입니다. 번역의 경우는 우선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관심에 부응하는 것들을 여가 시간에 번역했다가 출판사를 노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단상 2020.01.22

과거와 미래를 생각지 않기

호킨스 박사에 따르면 황벽 선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다다르신 분입니다. 이곳에 소개한 이고 선생은 청원 행사 선사 휘하의 약산 유엄께 배웠지만 황벽 선사는 남양 회양 휘하의 마조 도일과 백장 회해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고 선생과 같은 시대를 사셔서 더욱 감회가 깊습니다. 황벽 선사의 법어집 가운데 하나인 전심법요는 선종의 요지가 들어 있는 책으로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김하풍, 신을 보는 길 부처를 보는 길, 223쪽). 전심법요에는 '언어도단 심행처멸'이라는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말씀을 비롯해서 명상과 깨달음의 요체이기도 한 과거를 생각지 말고 미래도 생각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옮겨보겠습니다. "실로 여래가 말로 가르칠 일정한 법이란 없다. 우리 종문은 이 일을 말하지 않는다..

전심법요 입문 2020.01.21

공부 모임

이 공부는 기존 기독교를 극복하기 위해 예수께서 진짜로 행한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요점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이처럼 됨으로써 신인합일을 성취하자는 것인데 아이처럼 되는 길에서 걸림돌은 세상 살이를 위해 습득한 모든 프로그램이므로 그것들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블로그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며 동아시아 말로 하면 복성(復性)을 위해 멸정(滅情)하자는 것입니다. 이 점은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간과하거나 경시하지만 너무 핵심적이고 중요한 일입니다. 위 책은 이 일을 안내하기 위해 현대 과학과 동서 영성을 두루 꿰면서도 평이하게 설명합니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 일을 성취해서 신 의식에 들어 앉아(또는 부처의 가문에 태어나) 몸과 마음, 그리고 세상..

당구와 명상

어제도 매월 모이는 동기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당구를 치고 저녁을 먹는 모임입니다. 정치적 견해가 확연히 달라 소위 '스몰 토크'만 하니 재미가 없지만 당구 게임을 하면서 수행 공부에 대한 시사를 받는 일은 매우 유익합니다. 몸이, 또는 행이 생각대로 될 때까지 셀 수 없이 단순한 동작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죠. 저는 붓다께서 보리수 나무 밑에서 6년을 명상했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스승들 말씀 듣고, 경전 읽고, 명상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노동도 하셨을 겁니다. 단 하나의 길을 정확하게 알아내고 거기에 딱 맞는 자세로 정밀하게 몸을 움직여 공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천 번, 심지어 수만 번의 연습을 해야 할 것..

단상 2020.01.21

식념망려(息念忘慮)

열흘간 하와이에서 놀다 왔습니다. 9일날은 일몰 보러 마우나 케아 4200미터 정상엘 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Don't worry. Be happy'를 틀었는데 제게는 동아시아 모든 선사들의 설법을 요약한 제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어서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는데 이곳에도 적어 보겠습니다. 요컨대 서양 애들이, 염려를 없애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데까지는 알지만 그 방법을 아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息念忘慮)는 황벽 선사의 전심법요에 있는 말인데 결국 이분법을 벗어나고 이름 붙이기를 중지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로써 염려를 없애는 방법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항복하라고, 다른 말로 'surrender'하라 했더니 너..

단상 2020.01.16

복 짓는 법

통속을 위해, 원만함을 위해 복을 빌 수는 있지만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것쯤은 주지하시는 대로입니다. 카르마 법칙이 상선벌악만 말하고 말면 아직 낮은 수준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의식이고 이제까지의 의식을 비워내거나 닦아내고 높은 의식, 즉 붓다 의식이나 그리스도 의식에 가까이 갈 때 기하급수적으로 복을 느끼게 되고 고통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 안다면 교회나 절간, 또는 일출일몰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집니다. 안팎이 똑같도록 매순간 내면을 돌아보고(誠의 실천) 과거와 미래에 관한 모든 생각을 비워내면서(息念亡慮) 오직 희로애락이 나오기 전의 공적영지 또는 허령불매 자리(中)에 언제든 들어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을 악기연주자처럼 무술을 닦는 자처럼 매일 반복할 때 ..

단상 2020.01.02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

지난 한 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공부했습니다. 펭귄 판 입문서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려 놓았고 이부현 님이 번역한 영적 강화(저는 '훈화'라는 쪽이 맘에 듭니다)를 대학-중용의 관점에서 읽어봤습니다. 에크하르트는, 바오로와 함께 기독교의 뼈대를 제공한 플로티누스를 계승한 분입니다. 플로티누스는 기독교의 신 없이 체험한 자신의 일자 체험을 근거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한 분이기에 사실상 동아시아 신비주의와 같다고 보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을 대중적인 말로 풀어준 훈화를 읽으면 더더욱 그렇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읽기로 훈화의 요지는 모든 상(相, bilden)을 벗어나고 자아를 완전히 포기함과 동시에 신의 의지로 살 때 최고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하지대본인 중(中)..

지어지선이 효도임!

돌아보니 가는 해 마지막 날 제 공부 얘길 많이 했더군요. 맹자께서 진작에 천작과 인작을 나누어 공부를 보셨고 논어 학이편의 공부란 수덕 공부일 것입니다. 하지만 겉모습에 사로잡힌 오늘날 교육체계가 인작으로 천작을 대봉치고 만 덕분에 저를 포함해서 참으로 많은 이들이, 참으로 많은 시간을 허송세월합니다(물론 누구나 시행착오와 과실을 통해 진화의 길을 갑니다만). 돌아보면 2014-15년간 물에 빠진 자가 허우적대듯 매달리며 공부했고 15년말 '그리스도의 편지'를 만나면서 거기에 '올인'한 지 약 2년만에 매일 명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평균 50분정도 매일 정좌를 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 더 가면 호색보다 호덕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을 다른 무엇보다 더 좋아하게 ..

단상 2019.12.31

죄감문화와 낙감문화

'그리스도의 편지'를 기본 교재로 삼아 수행공부를 함께하는 세 분이 모처럼 영종까지 오셨습니다. 운양호 사건때 일본군한테 30여 명의 군인이 희생된 영종진과, 금년에 다리로 연결된 무의도를 둘러봤습니다. 이어서 공항도시 회타운에 들러 해물찜에 막걸리를 먹으며 사는 얘기와 공부 얘기를 나눴습니다. 비망용으로 요점만 적어 봅니다. (1) '그리스도의 편지' 의식지수가 1,000이라는 것. (2) 시크릿류의 방편에서 결한 것은 에고소멸의 중요성이라는 것. (3) 명상의 가장 큰 효과는 근심걱정의 소멸, 직감의 계발이라는 것. (4) 기독교 기반의 서양 문화가 죄감문화라면 송명이학 기반의 동아시아 문화는 낙감문화라는 것(리쩌허우). (5) 기본소득제는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킹핀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

단상 2019.12.29

최고의 임종 대책

어제에 이어 친구의 질문 요지를 더 생각해보니 제가 돈오 내지 활연관통을 얻었냐 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즉답하자면 그런 것을 얻지 못하였지만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불퇴위에는 들어섰다고 말하겠습니다. 불퇴위란 '한번 도달한 수양의 계단에서 뒤로 물러나거나 수행을 퇴폐하는 일이 없는 지위(대승기신론 소와 별기 참조)'를 말하는데 쉽게 보면 발심을 제대로 해서 다시는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 않는 것이라 봅니다. 기독교적으로는 탕자가 아버지 집에 들어선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돈오 이후의 공부는 오후(悟後) 공부라 해서 오행(보시, 지계, 인욕, 선정, 지혜, 정진)을 끝없이 닦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 과정은 화엄경의 보살도라고 보면 됩니다. 더 쉽게 이해하려면 십우도 또는 심우도 해설을 보시면 좋다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