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5

책 출간 후 삶

책 쓸 때 소심한 동기는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 게 없으니 평생 읽고 쓴 것을 잘 정리해서 남겨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출판기념회를 한 지 넉달 보름쯤 지났는데 가장 큰 수확은 앞으로 4~5년간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고 그 일터가 동생 영업장인지라 집안의 카르마 해결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삶의 최대 과제는 진여 탐구인데 그것은 우리 존재의 정체성을 깨달아서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에고가 삶을 스스로 감당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신의식이 제 존재를 통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며 찬미와 영광을 바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진여를 깨달으면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제가 배척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신의식의 무조건적 사랑이 방..

단상 2022.10.29

참된 학인이란?

가족사의 어두운 면을 접할 때마다 진정으로 배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세상은 배운 자(学人)에 대한 존경심이 있지만 그 속을 보면 소위 학벌 또는 스펙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것이라 해야 정확할 것입니다. 우리 전통 또는 논어가 말하는 배움이란 심학이며 안회처럼 끝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하는 자를 비로소 학인이라 할 것입니다. 학인이 진보하면 군자가 되고 군자가 더욱 정진하면 현인과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배우지 못한 자에 대한 경멸심은 바로 안회와 같은 길을 가지 않는 자에 대한 것으로 봐야 마땅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늘날 학벌숭배는 고등교육을 받은 자도 논어의 학인이 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스펙 없는 자를 여전히 소인에 머물게 하는 족쇄입니다...

단상 2022.10.25

드림 빌딩(꿈 그리기)

저에 대해 호감을 가지신 분이 말하는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출세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만 대학에 남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없습니다. 앞에도 거론했듯이 제가 가진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해 학습해서 기존의 모든 도그마에서 벗어났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상당 수준 정신적 자유를 찾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 종교, 특히 기독교의 도움이 컸지만 거기에 종속되지 않은 삶을 삽니다. 또 동아시아 사상의 종합인 신유학을 알지만 유교의 폐해를 꿰뚫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이 땅에 사는 분들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며 그 결과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인민들의 깨어남에 큰 기여를 했으면 하는 게 ..

단상 2022.10.19

책 쓴 동기와 독자의 중요성

깨달은 삶은 지혜가 충만한 삶이면서 자유케 된 삶입니다. 실용적이면서도 통속적이지 않은 삶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통속적일지언정 내면에서 아무런 집착이 없어서 자유로운 삶입니다. 깨달은 뒤에도 전과 같이 나무하고 물 긷는다는 말처럼 어쩌면 통속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교조나 교리에도 얽매임 없는 자유로운 삶입니다. 제 주변 많은 이들이 제가 소위 출세해서 보란 듯이 살지 못하는 데 대해 애석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디 출세란 말에는 통속을 벗어났다는 뜻도 있습니다. 세간을 벗어난 분 가운데 사명대사나 남명 선생 같은 분들은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던 분들입니다. 제가 누누히 적은 것처럼 세간을 벗어난 자유인들은 인작보다 천작에 집중했던 분들입니다. 저는 그저 기..

단상 2022.10.17

학(学), 선비, 민생

차로 출퇴근한 지 한 주일이 된 것 같습니다. 편도 30분, 러시아워엔 40-50분 걸립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청소를 하니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셈입니다. 청소할 때마다 남명 선생 말씀이 떠오릅니다. 경직된 유교 이데올로기 시대였음에도 장자에서 호를 따다 쓰셨고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였지만 청소를 모르는 양반은 선비가 아니라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유교의 정통이 안회에게 있고 안회의 심학을 시사하는 '내명자경( 內明者敬)'을 학의 중심으로 삼아 가르침을 베푸셨습니다. 관료와 기득권의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처사(處士)의 삶을 사셨습니다. 청소에 관한 그분 말씀은,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초등학교때 성적 기타 지진한 행동에 대한 벌칙으로 쓰인 교실 청소와 화장실 청..

단상 2022.09.25

매일 하는 훈련

제가 일하는 스크린 골프장 앞길입니다. 어제 손님 체험담이 인상 깊습니다. 거의 매일 규칙적으로 연습(훈련) 했더니 필드 게임에서 평소 탁월한 실력을 보이던 고수 선배들을 다 이겼다는 겁니다. 학교때 성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매일 또는 규칙적으로 시간을 투입한 사람이 수석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경영이든 수행이든 원리는 같지 않겠습니까? 단 번에 또는 한 방에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승승장구하는 길이 있다고 말하는 이가 없지만 우리 심리에는 그런 요행을 기다리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래 수행하고 초월 체험도 많이 하신 분의 다음 말씀이 더 새록새록 다가옵니다. "에고의 바람과 영적 깨달음에서 나오는 지혜를 균형 있게 다루는 게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명상을 존..

단상 2022.09.20

카이젠, 개과천선

서양인들이 쓴 경영학 책을 보면 '개선'을 꽤 진기하게 다룬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이 한때 세계를 주름잡은 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본 발음으로는 카이젠인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경영의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골프를 배우다가 카이젠에 대해 쓴 경영학 책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골퍼들은 공을 원하는 곳으로 자유자재하게 보내기 위해 끊임없이 자세를 교정해가며 연습합니다. 만족은 없으며 언제나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합니다. 그 모든 과정이 일본 기업인들의 신조인 카이젠과 다름 없다고 느껴집니다. 어쩌면 단순한 목표, 즉 보다 나은 품질로 소비자의 필요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기업이나 공을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집어넣어 스스로 만족할 뿐 ..

단상 2022.09.09

난이도, 우선순위

보통사람들은 법률이나 기술에 대해서 어려운 말이 나오는 걸 당연시합니다. 그러다가도 이해관계가 걸리면 스스로 깊이 파거나 전문가에게 갑니다. 어떤 비용이라도 지급하려 합니다. 하지만 심학 또는 영성에 대한 얘기는 그냥 어렵다고 하면서 알고자 노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깔보기까지 합니다. 동아시아에서 말하는 심학은 서양인들이 말하는 영성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목표 또한 같습니다. 공통된 목표란 내면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세상과 더불어 사랑과 평화 속에 살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을 연구하고 실천하려는 것이 수행이자 영성수련입니다. 이 근본적이고 꼭 필요한 일을 등한시하고 거기에 이르는 한 가지 방편이자 하위 목표인 재테크에만 매달리는 게 하수의 삶인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 보다 높고 본질적인 목표를 ..

단상 2022.09.03

골프와 수행의 유사점

아이언, 드라이버 쓰는 법을 마치고 어프로치, 퍼팅까지 기초 레슨을 마쳤습니다. 심화 학습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두 달 더 해야 합니다. 인상 깊은 것은 홀에 공을 집어넣기 직전에는 퍼팅 거리 곱하기 3/100만큼 퍼터를 왕복하면서 공을 쳐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같은 코치에게서 같이 입문했기에 대화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아내에 따르면 골프 오래 한 친구의 경우 거의 매일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골프 배우면서 제게 의미가 있다면 수행과정과 매우 흡사하며 그 목표 또한 자유자재로 게임을 즐기는 데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만 수행의 경우 즐길 게임이라고 하면 이승 삶에서 에고를 잘 활용해서 뜻하는 바를 마음대로 실현하는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단상 2022.09.02

공부, 심학, 의식

점심을 아내와 먹고 책 낸 효과에 대해 말했습니다. 독자를 얻고 후원자가 생긴 일은 분명 큰 축복이지만 가장 큰 효과는 생활에 커다란 여유가 생긴 점입니다. 대선 지고 허탈한 마음을 메꾸려고 원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생긴 한두 가지 징조가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블로그 글 수가 1080이라 좋은 징조로 여겼고 후배 조문하러 갔다가 계획을 말했더니 한 후배가 거금을 쾌척해 주었으며 숨고에서 출판사를 만났는데 사장 이름이 책 주제와 관련 있는 학자 이름과 같았습니다. 분명 잘 될 거란 믿음이 커졌습니다. 장소 문제도 원만히 해결된 데다 고교 후배가 출판기념회 동안 음악 연주까지 해주었습니다. 아들과 딸이 아주 예쁜 화분도 보내줬고 친구들과 동학들이 대거 참여해 주었습니다. 그 모든 게 커다란 복이었지만 ..

단상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