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학(学), 선비, 민생

목운 2022. 9. 25. 12:06

차로 출퇴근한 지 한 주일이 된 것 같습니다. 편도 30분, 러시아워엔 40-50분 걸립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청소를 하니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셈입니다. 청소할 때마다 남명 선생 말씀이 떠오릅니다. 경직된 유교 이데올로기 시대였음에도 장자에서 호를 따다 쓰셨고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였지만 청소를 모르는 양반은 선비가 아니라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유교의 정통이 안회에게 있고 안회의 심학을 시사하는 '내명자경( 內明者敬)'을 학의 중심으로 삼아 가르침을 베푸셨습니다. 관료와 기득권의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처사(處士)의 삶을 사셨습니다. 청소에 관한 그분 말씀은,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초등학교때 성적 기타 지진한 행동에 대한 벌칙으로 쓰인 교실 청소와 화장실 청소를 떠올리게 합니다.

달리 말하면 청소는 하층민 내지 부적응자의 몫이라는 관념이 사농공상의 이념에서 나온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남을 이긴 자 또는 남달리 뛰어난 자는 청소와 같은 허드렛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의 단초를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꿰뚫은 발언이 남명 선생에게서 나온 것도 자연스럽게 여겨집니다. 즉 그 시대를 거슬러 사신 선생의 정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을 보면 부국강병은 허드렛일과 거친 곳으로의 고단한 이동을 마다하지 않은 상공(商工)에서 나왔지 관학과 관직에 경도된 사(士)에게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남명 선생이 강학뿐 아니라 민생에 실제 도움되는 실천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이러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유학을 깊이 파보면 남명 선생과 같은 학맥의 전통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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