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축구보다 중요한 것

목운 2018. 6. 19. 07:29

숙직 서고 퇴근하니 아내가 축구 져서 실망인 듯 말을 붙입니다. 물론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아내에게 김대중 대통령 당선되고 광주 출장 갔던 얘기를 했습니다. 택시를 탔는데 우연히 야구 얘기가 나와서 '이제 야구 져도 속 안 상하시잖아요!' 했더니 기사님이 박장대소한 얘기입니다.

평생 바랐던 정치지형의 '정상화'를 목도한 때문에, 또 부친 기일을 맞아 아들이 보다 나은 직장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솔직히 어제 일찍 잤던 터입니다. 우연히도 제대로 된 선진국 몇 개를 빼면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 또는 IMF 신세 진 나라들이 한 맺힌듯 축구에 몰입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자님의 수제자 안회처럼 부동심을 얻으면 생사가 여여하여 바깥 조건에 전혀 동요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인들이 공자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것을 보았는데 안회는, 일행이 한 겨울에 호수를 지날 때 마차가 얼음 속으로 빠지자 경전을 건지다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설혹 세상 복락을 모두 잃어버린다 해도 심사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기쁨과 자비를 견지하며 매사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으로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제 경우는 세상의 입구가 아득한 반면 출구는 눈 앞에서 어른거리니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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