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학자와 학인

목운 2023. 1. 17. 09:31

해방후 학자라 하면 동료 그룹의 검증을 거쳐 대학이 주는 학위를 받은 사람을 일컫는 것 같습니다. 그 기준으로 저는 학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의 근간에 있는 학(学)이란 안회의 심학이며 그 심학을 한 자 가운데 등용할 만한 자들을 관료로 썼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심학이 밝히고 피워낸, 즉 계발한 성(性)이 곧 천성이므로 모두 거기에 따라 살 때 평화로운 세상, 곧 지상 천국(우리식으로는 요순시대)이 된다고 본 것이 사서삼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경전을 학습하는 자를 학인(学人)이라 합니다. 학인이 진보하면 군자가 되고 군자가 진보하면 성현이 되는 것입니다.

소인이 학을 통하여 구하는 게 인작이라면 군자가 구하는 것은 성현이 되어 궁극의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맹자께서 지적하신 천작이라고 봅니다. 그때 당연히 번뇌는 소멸하고 하는 일마다 세상에 이익이 되는, 성인의 경지를 공자께서는 종심소욕불유구라 하셨고 불가에서는 출세자유인이라 합니다.

출세자유인이 누리는 신통(神通)을 누진통이라 하는데 보통 근기를 가진 사람은 9천일을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육순에 제대로 학인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하는데 3천일을 결산하는 의미로 책을 하나 썼고 다음 3천일에 또 보고서 삼아 책을 내려 합니다.

그 안에라도 용케 자료가 모아지고 확신이 서면 출간을 할 겁니다. 그렇게 꾸준히 공부해서 누진통을 얻으면 진짜 제대로 된 책 하나 내고 가는 게 꿈입니다. 직업으로서 학자가 되는 게 인작을 구하는 일이라면 학 또는 공부를 통하여 누진통에 이르려는 것이 바로 천작을 구하는 일이며 학인의 길이기도 합니다. 학인의 개념이 사라진 세태를 애석해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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