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초능력과 인공지능

목운 2020. 8. 29. 04:58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세상사에서 습득한(또는 프로그램된) 인간 의식을 넘는 숭고한 영감으로 (또는 신적 의식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명상에서 구하는 것은 오감과 생각(또는 인간 의식)이 끊어진 경지입니다. 다시 말하면 오감과 인간 의식, 즉 불가의 육근이 끊어진 경지를 누진통이라 하는데 그때 우리는 참나를 실현하여 (또는 깨달음을 얻어) 뜻하는 바를 자유자재로 창조하는 능력을 얻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지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는, 로봇은 아무리 정교하게 발전시켜도 여기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습공동체도 이 일을 목표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싯디(초능력), 즉 불가에서 말하는 신통을 체험할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누진통 말고는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거기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는 것이 가르침입니다.

누진통은 물론이고 나머지 다섯 가지 신통은 그리스도나 붓다께는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중력을 벗어나는 일은 신족통이라 하는데 물 위를 걷는 일이 그 하나입니다. 명상으로 의식이 꾸준히 높아진 사람에게서 이런 체험에 대한 기록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 신비가이자 성인으로 알려진 아빌라의 데레사도 공중부양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네 가지(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도 대단하지만 현대인 가운데 오로빈도(1872-1950) 같은 분은 공중에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바이블의 오병이어와 가나의 포도주도 같은 종류의 기적입니다. 이러한 초능력은 공부하는 이들이 사심을 가지고 악용하는 사례를 경계하여 권장되지 않지만 "기적이란 것은 우주 법칙의 일상적 작용일 뿐(그리스도의 편지 185쪽)"이며 우리가 신 의식과 접속해서 초월 의식에 들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소위 서양 신비주의나 동아시아 영성에서 명상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육체적 상태에서 개체의 자아 의식이 철수되어(위 책, 184쪽)" 초월 의식으로 상승함으로써 누진통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이성의 기반 위에 서 있는 현대 첨단 과학과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추구해 봄 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초월 의식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코 로봇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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