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요령과 요점

멸정복성과 신비 영성

목운 2023. 3. 19. 17:16

제가 회두하고 10년 가까이 추구했던 것을 책 한 권으로 꾸미자니 제법 현학적인 것들이 들어갔으며, 부피도 좀 되도록 하려니 비슷한 내용을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책이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눈치가 빠르신 분은 다음과 같은 요점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멸정복성을 영어로 하면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고, ego를 정(情), self를 성(性)으로 보면 동서양 영성을 회통할 수 있습니다.  즉 신유학의 비조인 이고 선생의 노선대로, 정을 대승기신론의 심생멸로 보고 성을 심진여로 보면 됩니다. 이것이 제 책 '깨달음과 멸정복성'의 핵심 내용입니다.

이 간단한 원리를 어떻게 실천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수행인지 알고 나면 제 책을 모두 이해한 것입니다. 제가 파악한 멸정복성 수행은 종교를 불문하고 기독교의 천국, 불교의 극락과 같은 상태에 들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사후 천국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천국과 같은 삶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천국에 들기 위한 실천, 즉 수행의 요점도 간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가 나온 존재의 근원에 가 닿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것이고, 그 둘은 그 길에 방해가 되는 에고를 완전히 통제할 때까지 매일 노력하는 것입니다. 제가 읽은 모든 영성의 교훈이 이 두 가지에 모아져 있습니다.

앞의 것을 위해서는 깊은 열망을 가지는 게 필요하고, 매일 명상하며 쉬지 않고 진언(염송기도 또는 만트라)을 외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은 나무아미타불을 서양은 향심기도를 바치는 것으로 압니다. 에고 통제를 위해서는 에고를 철저히 이해하는 공부를 하고 에고에 반대되는 실천을 매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완전 무차별하게 친절을 실천하고 모든 중생의 복을 빌되 궁극적으로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는 것입니다.

생계를 위한 시간 외에는 모든 노력을 여기에 집중할 때 의식 진화의 원리에 따라 존재 상태가 고귀해지기 때문에 지혜와 능력이 커지면서 모든 생활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즉 건강, 재정,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좋아집니다. 지난 10년 동안 저는 그렇게 체험했습니다.

이상은 동서 신비주의의 핵심이기도 한데 그 실천자들이 기성의 권위에 순종하기보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존재의 근원과 직접 소통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에 '도통 모를 놈들이다'라는 의미에서 신비가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올 천 년의 시대는 각 개인이 정치 권력의 주인, 즉 왕이나 다름없는 민주정의 시대입니다. 그러니 신비 영성이, 사람들의 순종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종교를 대체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소위 신앙인이었을 때는 교회에 의지하고 적당히 세상에 통하는 정도로 노력했기에 좌절과 실패의 길에 빠졌지만 지금은 이 일밖에 중요한 게 없다는 심정으로 몸바치고 있습니다. 단호한 결단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 그리고 조금 후퇴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꾹 참고 끝까지 전심전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점은 다른 덜 중요한 일에서도 성공의 요건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