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동아시아 정신과 그리스도의 편지

목운 2023. 4. 17. 22:55

그리스도의 편지를 읽으면서 제게 독특하게 와 닿는 구절이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여섯 번째 편지 다음 구절입니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의식을 잘 돌보면 축복을 누릴 것이라고 하면서 "빈민가 뒷골목에 있더라도 너희는 의식으로써 내면의 사랑과 조화, 그리고 기쁨과 아름다움으로 자신을 먹여살린다."라고 하십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안회를 떠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공자께서 안회를 두고 하신 말씀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회는 찬 밥에 냉수를 마시며 누추한 집에 살고 있구나. 다른 사람이라면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할 것이거늘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아니하는구나.(子曰 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回也 不改其樂 賢哉回也)"

'빈민가 뒷골목'이 누항의 이미지와 같다고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편지는 존재의 근원을 호칭할 때 '아버지-어머니-생명'이라 합니다. 한편 신유학 실천자 중에서 중요한 인물인 장재가 서명(西銘)을 지어 기도처럼 바쳤는데 그 첫머리가 바로 우리가 바치는 기도와 비슷하게 여겨졌습니다. 즉 서명 첫머리는 바로 '하늘을 아버지라 하고 땅을 어머니라 한다(乾稱父, 坤稱母)'는 것입니다.

편지 기록자가 완전히 자신을 비웠을 때 그리스도께서 컴퓨터를 통하여 말씀하신 게 '그리스도의 편지'입니다. 그 주요 내용 가운데 이슬람을 적극적으로 포용하시는 말씀도 있고 각 영성의 지도자 내지 스승들을 대변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니 동아시아 영성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지'가 우리 동아시아에서 약 2천 년 동안 추구했고 실천했던 '멸정복성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려는 노력'과 배치되는 게 전혀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즉 대승기신론의 정신이 살아 있는 신유학의 수행법을, 편지는 '의식을 돌봄으로써 지상 천국을 구현하는 것'으로 달리 말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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