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 신(神), 도(道)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는 게 금강경의 요점 중에 요점이다. 생각과 감정은 마치 허공의 구름과 같이 제 멋대로 생겼다 지나가는 것이지 그것이 '나'도 아니고 내것도 아니다.
그래서 비결이라 하면 그것을 나라거나 내것이라거나 치부하지 말고 담담하게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내버려 두는 게 핵심이니 영어로는 '레팅 고(letting go)'요 한자로는 방하(放下)다.
어떤 생각에 머물게 되면 두려움이 생기고 어떤 감정에 빠지면 화가 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냥 어린 애처럼 단순해지면 된다. 놀이터 가다가 넘어지면 울기도 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놀이에 빠지기도 한다.
서너 살 때 자전거에 치어 머리에 상처가 있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이 1도 없다. 당연히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라 할 만한 게 전혀 없다. 그 정도로 아무 기억도 없다면 놓아버린 게 아닐까?
몸을 가진 동안의 모든 체험도 거기에 머물지 않으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나라 할 수도 있는 그 무엇만 남지 않겠는가? 무엇가 하려고도 하지 않고 가지려고도 하지 않는 그 무엇.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기에 전혀 의식할 수 없는 그것. 아마도 거기에 이름을 붙인 게 영혼이니 참나니 혹은 신이니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이름 붙일 수 없기에 유태인들은 우리의 무명(無名)과 같은 말인 야훼란 말을 썼다고 한다.
도덕경 첫머리는 분명 도(道)라는 것이 이름 붙일 수 없지만 항상하는 무엇이라 한다. 분명 하느님이란 것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신비를 말하는 것이고 딱 잡아 없다고 할 수 없는 그것에 붙인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