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서

<하편>

목운 2016. 4. 23. 12:12

제1절 내 삶의 방식은 타인과 크게 다름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것이 보통 사람의 일입니다. 일할 때는 그것밖에 없는 듯 마치 세상 모두와 함께 하고, 쉴 때는 세상 만물이 없는 듯 쉽니다. 나는 보통 사람과 같지 않으니 낮에 일하는 바 없고 밤에 쉬는 바 없습니다. 일하는 바 없이 일하지만 일이 이뤄지고 쉬는 바 없이 쉬지만 참나에 깨어 있습니다. (晝而作, 夕而休者, 凡人也. 作乎作者與萬物皆作, 休乎休者與萬物皆休. 吾則不類於凡人. 晝無所作, 夕無所休. 作非吾作也. 作有物. 休非吾休也. 休有物.) 


일하는 것, 쉬는 것, 모두 마음에서 떠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집착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존재하는 참나의 작용은 마침내 잃어버리지도 떠나지도 않습니다. (作耶休耶, 二者 離而不存. 予之所存者, 終不亡且離也.) 



제2절 사람은 짐승과 존재 의미가 다름


사람들은 진리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아 어리석고 생각이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사람이 한 종을 차지하지만 사람과 짐승이 서로 다른데 사람에게 어찌 도덕을 아는 참나가 없겠습니까? 한 기운을 받아 그 모습을 취하여 하나는 동물이 되고 하나는 사람이 되지만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人之不力於道者, 昏不思也. 天地之間, 萬物生焉. 人之於萬物, 一物也. 其所以異於禽獸蟲魚者, 豈非道德之性乎哉. 受一氣, 以成其形. 一爲物, 而一爲人. 得之甚難也.) 


세상에 나서 그 수명이 무한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오래지 않은 세월에 올바른 행을 닦기도 어렵습니다. 참 진리에 몸을 다 바치지 않고 마음을 함부로 내버려 둔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生乎世. 又非深長之年也. 以非深長之年. 行甚難得之. 身而不專, 專於大道. 肆其心之所爲, 則其所以自異於禽獸蟲魚者, 亡幾矣.) 



제3절 삶의 의미와 수덕 수양의 긴요성


어리석으면서도 생각이 없으니 그 어리석음이 끝내 밝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29살이 되어 19살 때를 생각하니 마치 아침 해가 뜰 때와 같고 9살 때를 생각하니 역시 아침 해가 새로 뜨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수명이 길다고 해야 70에서 90이며 백세를 살기가 어렵습니다. 백세를 맞아 9살 때를 생각할 때 과거에 대한 오늘의 생각이 멀고 가까움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또 보면 아침 해가 뜰 때에서 멀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昏而不思, 其昏也. 終不明矣. 吾之生二十有九年矣. 思十九年時, 如朝日也. 思九年時, 亦如朝日也. 人之受命, 其長者, 不過七十, 八十, 九十年. 百年者則稀矣. 當百年之時, 而視乎九年時也, 與吾此日之思於前也. 遠近其能大相縣耶. 其又能遠於朝日之時耶.) 


그러하니 사람이 태어나 백년을 누린다 하여도 번개가 치는 것과 같고 바람이 회오리쳐 부는 것과 같습니다. 수천 명이 있어도 백세에 이르는 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하루가 마치도록 진리와 수덕에 뜻을 두고 완성에 이르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마음을 놓고 허투루 하면 어찌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然則人之生也, 雖享百年, 若雷電之驚相激也, 若風之飄而旋也, 可知耳矣. 況千百人而無一及百年者哉. 故吾之終日, 志於道德, 猶懼未及也. 彼肆其心之所爲者, 獨何人也.) <끝>


자습노트)

성인이 어린이와 같다면 일이 있으면 거기에 몰입하고 일이 없으면 일에서 완전히 떠난다고 합니다. 1절은 그와 같은 경지를 진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2절에서는 마음을 단단히 관리하지 않으면 짐승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3절은 인간으로 태어나기도 어렵고 장수하는 일도 바랄 일이 아니므로 인간으로 태어난 시간을 모두 도에 몰입하고 덕을 닦는 데 두지 않으면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유학에 입문했던 선비들은 모두 궁극의 진리를 말하는 도를 깨쳐 거기에 몰입하는 경을 실천하고(居敬) 쉬지 않고 덕을 닦음으로써 모두 성인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고 누구나 따라야 할 것임을 맹자 이후에 성인으로 여겨진 공자님과 공자께서 공공연히 모델로 삼으신 안회를 예로 들어 강조한 것이 복성서입니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체험을 예로 보여주며 수도에 집중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복성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性)과 정(情)  (0) 2018.04.08
복성서에 대하여  (1) 2017.12.01
5절 삶과 죽음을 논함  (0) 2016.04.19
4절-3  (0) 2016.04.17
4절-2  (0) 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