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

목운 2020. 1. 1. 08:34

지난 한 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공부했습니다. 펭귄 판 입문서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려 놓았고 이부현 님이 번역한 영적 강화(저는 '훈화'라는 쪽이 맘에 듭니다)를 대학-중용의 관점에서 읽어봤습니다. 에크하르트는, 바오로와 함께 기독교의 뼈대를 제공한 플로티누스를 계승한 분입니다.

플로티누스는 기독교의 신 없이 체험한 자신의 일자 체험을 근거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한 분이기에 사실상 동아시아 신비주의와 같다고 보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을 대중적인 말로 풀어준 훈화를 읽으면 더더욱 그렇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읽기로 훈화의 요지는 모든 상(相, bilden)을 벗어나고 자아를 완전히 포기함과 동시에 신의 의지로 살 때 최고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천하지대본인 중(中)의 상태에서 세상일을 할(和) 때 최고선에 이른다(止於至善)는 말과도 같고 '위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어 일체 중생을 구제한다는 말과도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부현 님 번역에서 몇 구절 가져오는 것으로 나머지를 갈음합니다.

"그대가 모든 사물로부터 더 멀리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가 벗어난 만큼, 그대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든지 그대를 그대의 것으로부터 완전히 비우는 한에서, 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갖고 들어오신다는 것은 등가적 교환이고 정당한 거래다. (14쪽)"

"신을 올바르게 갖고 있는 사람은 교회나 외딴 곳이나 또는 골방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장소에서든 어떠한 거리에서든 어떠한 사람과 함께 있건 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17쪽)" -- 이 말씀은 '신기독 수기중(愼其獨 守其中)'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사람은 이성과 의지 등 두 개의 능력을 갖고 계속 자신을 드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 최고 수준에서 자신의 최상의 것을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해악에 대하여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사려 깊게 자신을 지켜내어야 한다. (24쪽)" -- 이 말씀은 바로 지어지선(止於至善)의 정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