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편지

에고와 동서의 수양론

목운 2021. 3. 13. 09:17

“나는 너희 세계를 관조하면서 목하 ‘에고 완력’이 다스리는 차원을 본다. ‘부패한 사회’속의 모든 악한 것은 에고 완력에서 나온다. 그것은 너희 행성에서 현재 일어나는 모든 사악하고 거짓되고 도착된 행위들의 근원이다. 그것이 미디어와 너희 집 티브이, 너희 가족, 그리고 국가를 통치하며 지구 구석구석에서 전쟁을 일으킨다.” (337쪽)

저는 사회문제의 진단과 처방을 인간의 에고에서 찾는 점이 우리 교재와 동아시아 사상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용어가 동서의 모든 현대 과학의 성과를 활용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편지’는 유가에서 정(情)으로 표현한 희로애구애오욕과 불가에서 삼독이라 표현한 것을 에고라고 했고 그 특징을 비판, 비꼬기, 심판, 배척, 모욕, 반목, 불관용, 증오, 시기, 공격, 폭력, 도둑질, 거짓말, 사기, 모함 등 15가지로 거론합니다.

특히 불가에서 에고를 독에 비유한 것은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삶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강력합니다. 그리스도에 의존하는 우리는 공관복음이 말하는 ‘자기를 버리는’ 길이 바로 사회문제의 해결방법이자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시작임을 확인합니다. 특히 우리 교재는 선악을 나누어 심판하고 인간의 죄를 찾아 징벌하는 것을 중심으로 세워진 기독교가 실패한 것이고 자연사할 것임을 말합니다.

죄악을 상정하고 거기에 대적해서 발본색원의 정신으로 투쟁하는 모든 방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에고를 정확히 이해하고 거기에 메스를 대는 것이 제대로 된 해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우리 공부가 시작됩니다. 에고에 메스를 댄다는 것을 보통 정화(purification)라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적 힘으로 밀어붙이기로는 가능하지 않고 매우 합리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초월적 도움을 구하면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책은 20쪽 정도를 할애해서 에고의 기원과 기능을 논하고 이어서 의식 정화 방법에 대해 또 이십여 쪽을 배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는 이십여 쪽에서는 다시 기독교의 방법론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칼 융은 이러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하고 있는데 즉 “동양적 수행의 목표는 서양 신비주의의 그것과 같다. 동양에서는 초점이 소아(小我)에서 참나(眞我)로 옮겨가듯 서양에서는 인간에게서 신으로 옮겨간다. 이는 소아가 참나 안에서 그리고 인간이 신 안에서 사라짐을 뜻한다.”

아쉬운 것은 동양은 이러한 수행을 국시로까지 채택했으나 실패했고 서양은 사회학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며 이제 지구상 인류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서 이 일이 반드시 모든 이의 과제, 즉 사회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룬 여섯 번째 편지는 많은 점이 새롭지만 반복된 내용을 비롯해서 대부분을 생략하고 특별히 새롭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더 추가하는 것으로 갈음코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