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성서

불려불사와 지금 여기

목운 2018. 12. 1. 07:18

'선의 황금시대' 소개할 때 거론했지만 복성서를 지은 이고 선생은 황벽 선사와 같은 시대를 사셨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복성서는 유불선의 핵심 영성을 통합해서 공부의 요점을 더 이상 잘 정리할 수 없다 싶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점을 네 자로 말하라면 중편 첫머리에 나오는 불려불사(弗慮弗思)입니다.


우리 생각이란 것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나 구름처럼 무심하게 볼 수 있으면 에고가 생기지 않는다(弗慮弗思 情則不生)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심법요'를 복습하다가 그 주석이 되고도 남을 말씀을 발견해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옮깁니다. "그저 마음을 쉬면 고요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 미래를 생각하거나 과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但知息心即休 更不用思前慮後)."


아주 간단히 말하면 우리 삶이란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걱정하며 이런 저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게 사는 것은 오답이니, 과거와 미래를 잊고 지금 여기에만 내 온 정신을 기울여 살라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의 내 존재상태가 가장 중요하며 내가 심는 것을 향후에 거두고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 영성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답입니다.


저는 왜 그냥 불사무심(不思無心) 정도로 하지 않고 불려불사라 했을까 의아스러웠는데 당시 선가의 법통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됩니다. 요컨대 황벽선사는 마조 도일 선사의 법통을 이어받았고 이고 선생은 석두 희천의 법통을 이은 약산 유엄께 배웠는데 유엄선사는 마조 도일과 석두 희천을 모두 모신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 가르침이 '모든 것을 신께 맡기고 아무 걱정을 말라'는 동서 영성의 핵심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규칙적으로 단 10분이라도 신 의식과 접속하고 소통하려는 실천이 급선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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