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반일정좌 반일독서

목운 2019. 12. 18. 11:10

요즈음 퇴직 무렵부터 '반일정좌 반일독서'를 실천했다면 수십년의 삶을 아꼈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주희가 송명이학을 집대성했지만 그가 정좌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그 작업들이 생명력을 가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주에서 돌아와 다시 도시생활을 하면서 일하는 시간외에는 독서만 하다가 약 2년 전부터는 정좌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검색하다보니 '반일정좌 반일독서'는 주희가 곽덕원이라는 제자에게 처음 한 말인 게 확실해 보입니다.

주희는 반나절을 정좌하고 반나절을 독서하되 1, 2년을 지속하면 모든 우환이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안정되어 만물의 이치를 탐구(궁리라고 하는데 격물치지와 같습니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이 궁리로써 마음을 비우고 근심을 없앨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 초중고대, 군대, 직장, 통틀어 거의 반 세기 동안 바깥 것들을 기준으로 살다보니 그저 관성대로 살다가 큰 어려움을 겪고 근본결단을 한 셈입니다. 한편 전성기도 끝났기에 오직 근신하고 궁리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긴 했지요.

하지만 주희 선생 말씀대로 제 경우 모든 우환이 사라지고 이젠 어떠한 병고도 '고통 없이 고통 받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어떤 환경에서도 내면이 거의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혼자 있어도 전에 느끼던 비애감이나 고립감이 없어졌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외적으로 인증된 것인지 몰라도 내일은 제 독서 경험과 명상 경험을 발표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정신세계사 주최의 독서모임에서 30명 못 되는 분들께 말씀드릴 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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