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명상과 불면증 2

목운 2021. 2. 19. 06:14

엊그제 올린 앞글 '명상과 불면증 1'을 읽고 막 명상을 시작하신 분이, 생각을 끊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해 주셨습니다. 처음 제가 시작하던 때와 같은 곤란을 겪으시는 듯했습니다.

삶을 근본에서 혁신하는 일이라 굳센 결의가 있어야 할 겁니다. 저도 처음에 10분을 지나는 게 진짜 일각여삼추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교재는 자세에 신경 쓰지 말고 기도문 외우면서 최대한 편하게 있으라고 하니 그 덕에 5년 이상 매일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것에서 멋대로 들어와 앉은 생각들은 그야말로 마귀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니 매일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들을 치워야 경전에서 읽은 말씀들과 느닷없이 들어오는 고귀한 생각, 즉 영감을 만나기 쉽습니다.

연륜이 길든 짧든 의지하기 좋은 기도가 나무아미타불이라 생각합니다. 제 프로필 담벼락의 칼 융 인용문에도 있지만 껍데기가 엄청 다른 것 같은 여러 종교의 핵심에 있는 영성은 딱 한 가지라고 봅니다.

불성, 신성, 또는 참나로 중심(융의 표현 중력)을 옮기기 위해 에고의 생각을 모두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그 수단으로 명상만한 게 없다고 가르치는 분이 스승들입니다. 위 기도의 뜻을 이해한다면 그것이 왜 동아시아에서 2천 년 가까이 애송되었는지 압니다.

선가귀감에 따르면 그 뜻은 무한한 빛이자 무한한 생명인 불성에 내 삶의 모든 것을 의탁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불성이 '존재의 근원'임을 이해하면 그것은 도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명상하면 의식이 점점 온전하게 되어 몸을 벗어버려도 괜찮은 경지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에 약물에 의지해서 잠을 청하는 일은 없어집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군신화와 기독교  (0) 2021.02.26
대속론과 깨달음 수행  (0) 2021.02.20
명상과 불면증 1  (4) 2021.02.14
보살로 살기  (0) 2020.11.05
불순물로서의 에고  (0) 202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