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동아시아 사상과 무조건적 사랑

목운 2016. 1. 30. 05:13

외래 사상이었던 불교는 동아시아 사상이었던 도교에 흡수되어 선불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덕경을 통해서도 불교를 쉽게 이해합니다. 일전에 들은 도덕경 강의에 따르면 도덕경은 제왕학입니다. 당송을 풍미한 불교를 지양코자 전개된 신유학은 결국 제왕학으로서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어쨌든 주자가 집대성한 신유학도 제왕학입니다. 제왕학은 다른 말로 성학(聖學)입니다. 그래서 율곡은 선조를 위한 집필을 성학집요라 했고 퇴계 또한 성학십도를 썼습니다. 거론코자 하는 것은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먹물좀 먹었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성학을 모른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테크놀로지와 테크노크라트를 위한 공부만 했다는 얘기지요. 성인이 되자고 하는 것을 공통, 일관된 목표로 하는 게 성학이고 성인이란 성(性, 참나)으로 사는 것을 요지로 하고 있습니다. 참나로 살기 위해서 언제나 영을 의식하고(敬) 한가지에 집중하여(主一無適) 생각이 끊어진 경지(中)에서 의식을 온전하게 하며(誠)[이상 수신의 요체] 그때 비로소 세상에도 긍정적 기여(제가치국평천하)를 할 수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실천한 사람이 안회(安回)로서 공자님은 안회에게 상경하(上敬下)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보건대는 이 공부가 잘 되면 바로 우리가 천제의 상속자임을 알고, 아는 만큼 믿고 느끼기 때문에 천제(天帝)의 입장과 자세로 이승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에고의 짜잘한 꼼수와 에고가 구축하는 거대 궁궐이니 거대 불상이니 하는 것들이 우습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주의 근본 원리와 인간사를 통달하니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신족통이 모두 가능하지만 쓰지 않고 쓸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누진통의 경지이기 때문이죠! 그렇게만 되면 구태여 환생을 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화엄 최고 보살인 법운지(관정지)에 이르러 오직 하화중생 이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경지를 최근 서양 영성에서는 이구동성 '무조건적 사랑'의 에너지 장이라고 합니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고 소멸과 극기복례  (0) 2016.02.11
수행의 목표와 에고 소멸  (0) 2016.02.09
이상적인 직업 또는 배우자  (0) 2016.01.25
신비주의 영성의 공통점  (0) 2016.01.24
복권과 깨달음  (0) 201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