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도덕경 73장을 숙고함

목운 2019. 3. 31. 09:13

도덕경 73장은 "하늘의 그물이 크고 넓어서 엉성하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失)"는 게 핵심이지만 앞뒤를 제대로 읽어보니 전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징벌하는 하늘(서양의 경우 하느님)을 전제했지만 제 공부가 진전하면서 징벌하는 하느님은 없다는 것을 이제 압니다. 그래서 자세히 읽으니 73장은 하늘의 궁극적 진리(天之道)에 관한 설명입니다.

즉 위 인용구 바로 앞에 하늘이 "넉넉하면서 잘 꾀한다(繟然而善謀)"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요즈음 첨단 과학과 영성이 상정하는 바와 같이 하늘을 궁극의 의식으로 보아야 하고 그렇게 보면 인간 의식을 포함하는 궁극의 의식(무극 또는 태극) 안에서 숨길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풀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김하풍 님의 도덕경 풀이도 하늘의 그물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고 풀고 있습니다.

인간은 예외없이 자신의 모든 사언행위와 그 깊은 동기를 하늘에 새겨놓고 그 결과를 하나도 남김없이 거둔다는 것은 그저 자연법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와 같은 인식은 가톨릭의 공심판 교리나 유교의 성(誠)에 대한 가르침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영원의 안목으로 보면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온갖 의식의 총체가 창조한 것이기에 흠없이 완전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창조는 영원히 계속되는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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