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대안이 되는 사상이 필요할까?

목운 2019. 11. 15. 10:02

대략 5~6년 전 호킨스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고 선생의 복성서를 만났고 결국 두 책의 제목이 엄청난 시공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같아보이는 게 신기해서  복성서 번역에 도전했습니다. 그 후 되는 대로 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우연히 예스 24에서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사상사론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빠른 속도로 독파했습니다. 중국고대사상이라고 하면 결국 동아시아 사상이고 동아시아 사상은 유교가 중심입니다.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사상을 검토한 리쩌허우 책은 두고두고 읽어볼 요량이지만 결국 유교의 핵심은 내성과 외왕이며 내성은 중(中)에, 외왕은 화(和)에 대응합니다. 불교적으로 전자는 상구보리, 후자는 하화중생이고, 기독교적으로 전자는 자기구원, 후자는 타인구원쯤 됩니다. 말만 다르지 제가 파악하는 한 미륵사상도 똑같습니다. 즉 미륵 사상에서 말하는 미륵불이란 법신불의 진리를 드러내는 것이니 크게 밝은 세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며, 미륵이 왕생해서 용화회상을 한다 함은 곳곳에 부처가 있으니 일마다 부처를 모시는 마음으로 세상을 평안하게 한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가르침은 모두 간단하고 공통하는데 왜 시대마다 실패한 것 같고 오늘날은 기독교의 대대적인 철폐가 필요해 보일까요? 제 생각엔 모두 진리에 부합하는 가르침이건만 각 종교가 지배계급에 의해 이데올로기, 즉 통치의 하위수단이 되고나면 거기에 안주한 이들이 내성 없이 외왕하는 흉내만 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내성하는 데 있어 철저를 기하면서도 참으로 내성했다면 다른 사람을 모두 내 몸처럼 여겨 정책을 펴고 끝까지 가르침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쉽사리 개인 또는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하는 척만 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바로 그리스도께서 격렬히 비판한바 위선적인 작태로 착취만 일삼는 동안 계급모순은 물론이고 생명 경시 내지 세계 절멸 위기를 부르고 있으면서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오늘날 그 적나라한 모습은 미국 한국 등의 기독교계 국가의 엄청난 모순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나마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 속하는 만큼 잘 하면 대안이 되는 사상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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