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식념망려(息念忘慮)

목운 2020. 1. 16. 11:21

열흘간 하와이에서 놀다 왔습니다. 9일날은 일몰 보러 마우나 케아 4200미터 정상엘 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Don't worry. Be happy'를 틀었는데 제게는 동아시아 모든 선사들의 설법을 요약한 제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어서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떠들었는데 이곳에도 적어 보겠습니다.

요컨대 서양 애들이, 염려를 없애는 것이 행복의 길이라는 데까지는 알지만 그 방법을 아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息念忘慮)는 황벽 선사의 전심법요에 있는 말인데 결국 이분법을 벗어나고 이름 붙이기를 중지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념망려로써 염려를 없애는 방법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항복하라고, 다른 말로 'surrender'하라 했더니 너무 세다고 해서 답하길 임종때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항복이 아니겠냐고 답했습니다. 호킨스 의식지수 600의 깨달은 사람은 이승과 저승 간 선택에 아무런 선호가 없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포기 내지 내려놓기(letting go)를 했을 때 역설적으로 행복감이 극에 이를 뿐 아니라 그 행복감은 세상의 모든 쾌락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것이 스승들 말씀입니다. 이 일은 마태복음 16:24절이 말하는 자아 포기에 정확히 부응한다고 저는 봅니다.

자아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노선대로 자신의 의지는 사라지고 신의 의지대로 사는 경지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모든 세상사에서도 우리는 불가능에 도전해보라고 말하지 않나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역의 정신  (0) 2020.01.22
당구와 명상  (0) 2020.01.21
복 짓는 법  (0) 2020.01.02
지어지선이 효도임!  (0) 2019.12.31
죄감문화와 낙감문화  (0) 201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