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상근기의 삶

목운 2018. 8. 15. 07:01

상근기의 삶이란 대인군자, 즉 우주와 자신을 함께 잊고(物我兩忘) 예(禮)로써 사는 성인의 경지를 말한다(탄허록 78쪽).

-- 탄허스님에 따르면 예란 천리(天理)입니다. 기독교도 그렇지만 형식주의를 지탱하는 고급 영성을 모르면 바로 형식의 괴물에 농락당합니다. 조선의 유학도 영성을 빌어 가문의 재물 지키기로 사용한 도적질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늘날 기독교 영성을 빌어 바벨탑을 쌓는 일도 똑같은 맥락입니다.

하여튼 천리에 따라 사는 삶의 전제 조건은 나와 세상을 잊으라는 것인데 어제 쓴 바의 거경의 삶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항상 깨어 '생각이 끊어진 자리(中)'와 하나가 되는 노력이 바로 '속을 지키는 것(守其中)'이며 그때 비로소 도와 명덕(明德)에 대하여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도와 명덕의 자리가 요새 말로 하면 궁극의 실재 자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중근기와 하근기를 지도하는 사람이 성인이냐 소인이냐입니다(위 책, 같은 쪽). 우리는 살면서 대개 소인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죄와 죄의식이라는 공포심의 인도를 받습니다. 학교나 사회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종교가 소인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비극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우리 스스로 죽어라 노력해서 상근기의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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