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누진통과 종심소욕불유구

목운 2020. 9. 24. 06:50

어제 소크라테스에 대해 썼는데 그분은 신의 소리를 천둥처럼 들었다고 하죠. 저도 백년하청이긴 하지만 신께서 제게 말씀해 주시길 매일 빌고 있습니다. 실상 교회 다닐 때 기도란 신과의 대화라고 배웠지만 대개는 정형화된 기도를 외우거나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댄 것이 솔직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크하르트 님은 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게 바로 영혼 안에 신이 탄생하시는 것이라 합니다. 그 탄생을 위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속적인, 그리고 꾸준한 명상이 필요한데 바쁜 생활을 핑계로 그 점을 강조하는 교회를 보기 힘듭니다.

에크하르트 님은 영혼이 말씀을 받아들이려면 가장 순수하고 고귀하고 섬세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영혼은 오관을 통하여 다양한 피조물을 향해 바깥으로 달려가지 말고, 전적으로 안으로 향해야 하며 하나로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이부현 님 선집 255쪽).

저는 이 지점이 정확히 유교의 윤집궐중에서, 그리고 불교의 육근불루에서 요구하는 바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생각이 끊어진 중을 잡으라는 말이고 후자는 오관의 감각과 생각을 완전히 끊어버리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보시, 지계, 인욕을 끝까지 실천하려는 오행의 기초도 바로 여기에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선정, 지혜, 정진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경지를 누진통이라 했고 누진통에서는 뜻하는 바를 모두 구현한다고 해서 여의주를 얻는다고 했는데 이 말의 공자님 버전이 바로 종심소욕불유구라고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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