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고독의 극복

목운 2019. 6. 20. 18:58

비번이어서 괜찮은 영화를 찾다가 '인 디 아일(in the aisles)'이라는 독일 영화를 봤습니다. 제게는 두 가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첫째는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제3세계화의 질곡에 빠진, 빈곤선 상의 인민들은 어디든 똑같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는 주로 동독 출신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영화 기생충과도 맥이 닿습니다. 경제적으로 저 인민들은 강고한 시스템에서 기계 부속품처럼 자유를 못 누리는 게 감옥생활이나 다름없다는 느낌입니다. '인 디 아일'에서는 버티다 못한 부르노가 자살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지만 기생충에서는 폭발적 파국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생충의 파국은 매우 한국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특별히 감옥과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이 꿈꾸는 것이 현실에서 벗어나는 해방인데 이 영화에서는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와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쇼생크 탈출이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금 의식이 낮은 브룩스는 석방된 후 자살을 하는데 저 독일 영화의 브루노와 겹쳐 보입니다. 하지만 쇼생크의 주인공은 많은 이의 꿈대로 바닷가에서 편안한 삶을 즐기는 모습으로 그려지지요!

제 나이 정도의 체험으로는 저들의 실패와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답과 개인적 답을 제안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정치사회적으로는 기본소득제를 골인점으로 두고 계속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 답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복지를 이루었다고 해도 '이요인론'에 따르면 위생요인(즉 경제문제)의 해결이 정신의 문제(사기요인, 즉 삶의 의미)를 자동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정신의 문제는 공자님의 종심소욕불유구나 선가귀감의 세간을 벗어난(출세) 자유인이 되어야만 합니다. 저 독일 영화도 계속 외로움의 문제를 던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동병상련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아일여와 물아양망을 통해서 모든 존재와 하나임을 알고 체험하는 출세자유인의 경지를 모르면 외로움의 문제는 극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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