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입문 58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방법론(1)

여기 수록된 에크하르트 작품은 학자로서라기보다 설교가로서의 그의 활동을 보여준다. 도미니코회는 수도자 설교회로도 알려져 있지만 설교의 역할에 대해 크게 강조하는 복음적 수도회다. 토머스 아퀴나스는 이러한 관행을 '사람들에게 명상의 열매를 전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입장은 이러한 복음 선포의 전통 안에 있는 것이며 그의 철학적 배경은 자신의 신비적 환시를 설명하고 보여주는 일에 크게 기여한다. 에크하르트 사상의 근본적 구조를 형성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은 이러한 두 가지 요소(대담하게 도전적인 철학-신학 및 초월적 의식 상태에 대한 개인적 영감)가 우연히 합치한 데 있다. 그러나 에크하르트의 언어 사용을 촉발한 것은 이 두 요소의 상호작용이다. 주로 독일어 강론에서 그는 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 5

초탈 에크하르트에 있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의 수렴은 '초탈'의 개념에서 가장 뚜렷이 보인다. 이 영어단어는 중세 고급 독일어인 떼어냄(abgescheidenheit, 또는 gelazenheit)의 번역인데 세상에 있는 사물에 대한 집착에서 깨어난 영혼이 자유롭게 된 것을 뜻한다. 물론 그리스도교 금욕주의는 인간이 영적 삶에서 진보하기 위해서 세속적인 것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한다고 언제나 강조했지만 에크하르트에게 있어 뚜렷한 것은 이 도덕적 해방이 얼마만큼의 마음의 해방으로 여겨졌는가 하는 것이다. '초탈'은 욕망을 통한 사물에 대한 육체적 애착에서의 자유와 동시에 인지적 해방을 뜻한다. 즉 마음을 제약하고 그것이 그만의 초월 가능성에서 떨어지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인 것의 영상에서 해방되는 것을 뜻..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 4

영혼 안에 신의 탄생 에크하르트의 저술에는 신의 현존 인식 안으로 인간이 '돌파해 들어감(breakthrough)'이 영혼 안에 신의 탄생이란 비유로 나타난다. 이것은 멋진 장치이며 위에 든 모상 비유와 함께 뚜렷이 형이상학적이고 지적인 그의 감각을 그리스도교 전통 교리와 결합시키는 일에 기여한다. 우선 물론 탄생의 개념이 역사적인 육화, 즉 시공간 안에서 그리스도의 탄생 교리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보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삼위 안에서의 성자의 탄생 또는 출산을 가리킨다. 참으로 인간 영혼 안에서 성자의 탄생 주장은 우리가 삼위에로 돌아갈 가능성을 묘사하는 데 기여하는데 그리스도교 신학에 따르면 우리는 애초에 삼위에게서 나왔다. 그리하여 그것은 성부로서 삼위 안에서 성자를 낳고 또 같은 성부로서 인간 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 3

영혼의 근저 인간 안에 있는 신의 모상(模相, image)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에크하르트는 그 '모상'이 인간 마음이나 지성과 같다는 주장이 그리스 합리주의 및 신플라톤 전통을 배반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대-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분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 강론(sermon 23)에서 지성이 우리 안에서 신의 모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한다. 그는 말하길 그것은 '지금 여기와 떨어져 있으며', '다른 그 무엇을 닮지 않았고', '순수하여 그 무엇과도 섞이지 않았으며', '활동적이며 그 자체 탐구적이다.' 고 한다. 실은 이런 특성들은 에크하르트가 신에 대해 말하는 용어에 매우 근접하다. 그리고 신성처럼 '모상'이나 '지성'은 천사보다 높고 '이름이 있다기보다 이름이 없는 쪽이..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 2

창조 대부분의 다른 중세 조직신학자와 공통으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창조과정 자체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데 그는 창조가 계속 진행중인 것이며 시간을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본다. 시간을 벗어나 있음에 대해 그는 특별히 대담하게 자주 강조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이 영원에서부터 존재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단죄된 바 있음)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크하르트의 속뜻은 시간 자체가 창조된 질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기에 그것이 시간 안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란 영원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에크하르트에게 창조는 오늘날 우리가 체험하는 결과들을 지난 먼 과거에 일어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진행중이며 동적인 과정인 것이다. 또 다른 많은 중세 신학자들처럼 에크하르트는 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사상 1

일자성 대사상가의 작업을 한 가지 아이디어로 줄인다는 것은 언제나 과도한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에크하르트의 경우 하나의 주된 관점이 다른 모든 것이 어느 정도 그 하위 개념이 되도록 지배적 원칙으로 작용한다고 보아도 어느 정도 정당한데 그것은 바로 일자성이다. 일자의 신학 또는 철학은, 우주의 궁극 원칙은 그것이 전적으로 하나이며 나눌 수 없다고 하는 사실 때문에 다른 모든 것과 구분된다고 하는 믿음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일자'를 제외한 모든 것이 다수이며 부분이며 나눠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자는 우주의 나머지와 동적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여타 우주는 일자에 기인하며 그래서 또한 그 근원을 '돌아본다'. 일자는 따라서 모든 것이 일자에 비추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디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지적 배경

도미니코 회원으로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위치는 그가 받은 지적 영향을 평가할 때 또 다시 중요하다. 그가 도미니코 수도회에 들어간 것으로 해서 엄청난 특전이 있는 교육과 최고의 장서 이용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중세 서구에 현존하는 철학이나 신학 서적 가운데 마이스터 에크하르트가 읽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것은 실용적인 이유로 그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 대다수 중세 작가들과 두드러지게 대비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 도미니코 회원으로서 에크하르트가 특별히 받은 교육은 그의 사상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대 알베르트를 중심으로 하는 독일 도미니코회 학파의 존재는 최근에야 온전히 인식됐다. 그것은 아우구스티누스주의의 급진적 형태로 드러났는데 특히 프로클루스(그리스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삶(2)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도미니코 회원 삶(2) 그의 재판이, 당시 교황 요한 22세가 망명중이었던 아비뇽으로 이관되었을 때 도미니코회 튜토니아 관구의 헨리쿠스 데 시그노와 세 강사에게서 측면 지원을 받았다. 지방으로부터 그렇게 강력한 지원을 받았음에도 도미니코회 수도회 전체로는 1325년 베니스, 그리고 이어서 1328년 툴루즈에서 있었던 수사회 총회 동안 이미 에크하르트를 멀리하고 있었으며 두 총회가 그의 유죄판결의 길을 준비했었다는 증거가 있다. 그의 유죄판결은, 교황 칙서 'in agro dominico'의 발간과 더불어 에크하르트 사망 직후 1329년 3월 27일에 정식으로 내려졌다. 여기에는 28개 조문이 적시되었는데 17개 조문은 '오류나 이단의 징표를 포함하는' 것으로, 7개 조문은 '악에 ..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 삶(1)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당대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듯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렇다. 하지만 그 생각이 그토록 복잡하고 도전적이었으며 그래서 아주 쉽게 오해받았던 사상가는 중세에 거의 없었다. 그가 비유론, 표상의 형이상학, 인간 영혼의 형성, 인식론(지식론) 및 존재론 등과 같은 중세 신학의 거시 기술적 주제를 많이 탐구한 점에서 그 사상 체계는 무엇보다 심하게 복잡하다. 그러나 에크하르트 작품에는 형이상학적 비전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명민하게 사용하고 언어의 형태와 구조를 다루는 거장다운 능력에서 나온 표면적 복잡성도 그에 못지 않다. 우리가 에크하르트의 위대한 독창성을 보고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를 당대에, 혹은 실로 그 어떤 시대에든 가장 흥미진진하고 근원적인 사상가로 드러나게 하는) 형이상학적 열정..

에크하르트와 신비주의

다음 달에는 에크하르트와 기본소득을 붙들고 지내고자 책을 주문했습니다. 에크하르트는 그리스도교 신비주의의 태두로서 독일 기독교 특히 루터에게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입니다. 로마 기독교가 그를 거의 파문한 것은 세속화한 교황이 벌인 왕권과 경제권력을 둘러싼 갈등의 희생양이기도 하였지만 당시 독일 동부에 퍼진 베귄이라 불린 여성 수도자들의 신비주의적 영성을 억누르려 한 때문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선불교와, 정통 유교에 반기를 든 것으로 간주된 왕양명등이 흔히 배척받은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저는 봅니다. 즉 신비가들은 결코 윤리적 규제를 통해 세속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을 타도하려는 게 아님에도 수구들은 이들을 항상 위협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성서적으로 얘기하면 그리스도가 모든 계명이 '신애'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