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24

잘 되는 것과 잘 있는 것

아침에 아들과 대화할 일이 있어 말했는데요 "네가 잘 되는 게 엄마와 아빠의 행복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 계신 분들은 마음에 와 닿지요? 동시에 어제 공부 모임에서 우리가 인사할 때 "잘 있는지?" 하고 안부를 나누곤 하지 않냐고 말한 게 생각났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중요한 일이 이 두 가지 말에 담겨 있다고 보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즉 우리 존재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지 하는 게 삶의 진정한 목표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은 달라도 존재 상태가 양호하면서도 진화하고 발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근본 질문 혹은 과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실천하는지 물어보면..

단상 2024.01.22

삶의 제일 과제

그리스도 말씀 가운데 제게 깊이 새겨진 것은, 가장 큰 계명이 '하지 말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신을 사랑하는 데 있다고 하신 말씀입니다.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 말씀의 취지는, 우주의 제일 원인자가 바로 만물을 나투고 기르는 마음(이것을 동양은 '인'이라 했고 서양은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했습니다)이기도 한 신 의식이며 그 의식과 하나가 되는 것이 제일 과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조건 없는 사랑 자체가 되면 당연히 이웃을 해치는 모든 '하지 말라'를 지키게 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계명 아닌 계명, 즉 삶의 제일 과제를 풀면 나머지 세상 문제와 심지어 임종 후의 문제까지 다 풀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같은 삶의 제일 과제에 대해 속뜻은 똑같지만 ..

단상 2024.01.14

깨달음과 갓난아이 상태

명상에서 한 가지를 꾸준히 기원합니다. 생각, 감정, 오감을 벗어나 몸 바깥에서 이 몸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차별 없이 하나로 보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것에 가장 가까운 상태가 갓난아이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갓난아이는 우리가 도달할 이상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요컨대 맹자는 갓난아이 마음(赤子之心)이 바로 대인의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호킨스 박사는 우리가 노력해서 의식 수준이 올라가면 일단 갓난아이 때 수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측하기를 우리가 말을 배우고 기존 교육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면 바로 의식수준이 하락하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지식은 분별을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갓난아이에게 선악 분별이나 사리 분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상 2023.12.21

한류는 지속할 것인가?

금년 들어 우연히 케이팝을 위시한 한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유튜브를 둘러 보았습니다. 엊그제 '세상 이야기'라는 채널을 통하여 거의 전폭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을 만났기에 요점을 옮기며 제 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컨대 한류는 우리 민족의 경험과 성격 상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께서 꿈꾸셨던 동양 평화의 주도국, 그리고 백범 선생이 제창하셨던 문화 강국의 비전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백범 정신을 계승했다고 여겨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일 문화개방을 하면서 표방한 모든 명분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김대통령은 그 당시까지 팽배했던 기술과 문화의 대일 종속이 이승만 이래의 대일 배척 내지 폐쇄에 있었다 보고 문화..

단상 2023.12.02

오늘의 결심

김연수 님의 피올라 마음학교 강의를 유튜브에서 자주 봅니다. 단박에 깨닫는 것, 이목구비 또는 안이비설신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일에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책을 내어 얘기한 것은 요컨대 속물처럼 살았고 큰 손재수를 만나서 비로소 회두의 삶을 선택해서 나름 오랜 시간 정진도 했고 그 결과 확실한 공부 방법을 찾았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공부방법은 여전히 개념과 안이비설신에 갇힌 패러다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나마라도 공부했기에 다음과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인지 모릅니다. 즉 간절한 열망과 전력투구하는 몸부림으로 탈옥에 버금가는 성취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70 전에라도 한 소식 한 후 깨달음 이후의 공부를 하고 여력이 있다면 치유와 가르침을..

단상 2023.11.23

버린다는 것과 무아

동기들 카톡방에서 버림으로써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화두가 있었고 많은 친구들이 공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바이블 마태 16:24의 취지대로 나라는 것을 없다고(친구는 제로로 표현했습니다) 여길 때까지 전심전력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발견한 바로는 道를 이루는 것(=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의 전제 조건이기도 한 저 바이블 구절의 번역이 서너 가지로 갈리는 데 1. 자기를 부인할 것, 2. 자기를 버릴 것, 3. 자기를 끊을 것, 4. 자기를 잊을 것 등이 있습니다. 모두 자기를 제로로 여기는 것과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기 또는 나라는 것, 또는 에고 등등이 모두 학습된 환각 내지 착시 비슷한 것이라는 게 뇌신경학의 보고입니다. 대표적..

단상 2023.11.13

왜 태어났는지

실험에 따르면 내 몸으로 여기는 것조차 몸의 다음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것이고 결코 불변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고무손 실험과 마네킹 몸 실험을 보니 그렇습니다. 실제 손을 숨기고 고무손을 보면서 두 손에 똑같은 자극을 주다 고무손을 내려치니 고무손을 피하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존재 전체가 그렇게 습관으로 만들어진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주의식에서 분리되어 한 점처럼 존재하는 게 우리 존재의 실상이라고 보는 제 경우 '그럼 왜 온전하고 하나인 우주의식이 한 점을 분리해서 이 몸을 취하고 이승에서 여러 체험을 하도록 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독서에 따르면 그것은 존재의 위대함과 장엄함을 계속 드러내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 드러냄, 즉 창조는 오직 우주의식의 ..

단상 2023.10.25

훈련으로서의 명상

어제는 친구와 종일토록 산행을 했습니다. 수많은 주제를 다루었지만 결국 각자 자신의 존재상태를 표현하는 대화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명상에 대해서도 답을 했는데 간단히 말하길 어린이 마음, 즉 적자지심에 이르기 위한 마음의 훈련이라 했습니다. 가장 편한 곳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고요히 머물면서 아이 마음에 어긋나는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 마음에 어긋나는 것이란 바깥 세상에 휘둘리는 것들인데 가장 큰 것이 시기심과 비판심이라 봅니다. 훈련 없이 사물을 접할 때 생기는 온갖 마음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봅니다. 몸의 훈련으로 신체가 강해지고 건강해지듯 마음의 훈련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지 않으면 결국 몸에 붙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대승기신론은 그것을 생멸심이라 했습니다. 생멸심의 영향을 완전..

단상 2023.10.03

참된 행복

많은 사람을 상담한 정신과 의사가 큰 부자가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며 행복의 어원을 논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봤습니다. 요컨대 중국어에서 가져온 행복이란 말에는 요행이란 뜻이 들어 있으며 영어의 행복이란 말에도 일회적으로 일어난다(happen)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 참된 행복에 가장 가까운 말은 웰빙이 아니겠냐고 해서 그 혜안에 탄복했습니다. 우리나라엔 진짜 행복을 물어보는 '잘 있냐?'란 인사가 있습니다. 이 말이 진실에 맞는 이유는 잘 한다(well-doing) 또는 잘 가졌다(well-having)는 말은 쓰지 않는다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의사분은 웰빙의 방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또 아무 생각도하지 말고 1초 동안 있어보라는 제안을 하니 ..

단상 2023.09.27

행복, 고통, 천국

수시로 잠에서 깨기에 그때마다 들을 만한 유튜브 영상을 듣다가 잠이 듭니다. 새벽 5시가 못 되어 금강경 말씀 가운데 에고가 없이 행하라는 무주상보시에 대한 말씀이 들렸습니다. 행복의 비결로 오유지족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강사에 대해 찾아보니 정치학과를 나와 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김주환 님이었습니다. 어쨌든 무주상보시를 하는 사람은 오유지족을 하는 사람이고 다른 표현으로는 이미 가진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길래 저는 바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님의 정신이기도 한 '아무 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끌어들인다'는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 나아가 에크하르트 님은 에고가 없어지면 신만이 남아 그 어떤 고통도 내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덧붙이면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석..

단상 202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