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8

에크하르트와 신비주의

다음 달에는 에크하르트와 기본소득을 붙들고 지내고자 책을 주문했습니다. 에크하르트는 그리스도교 신비주의의 태두로서 독일 기독교 특히 루터에게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입니다. 로마 기독교가 그를 거의 파문한 것은 세속화한 교황이 벌인 왕권과 경제권력을 둘러싼 갈등의 희생양이기도 하였지만 당시 독일 동부에 퍼진 베귄이라 불린 여성 수도자들의 신비주의적 영성을 억누르려 한 때문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선불교와, 정통 유교에 반기를 든 것으로 간주된 왕양명등이 흔히 배척받은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고 저는 봅니다. 즉 신비가들은 결코 윤리적 규제를 통해 세속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을 타도하려는 게 아님에도 수구들은 이들을 항상 위협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성서적으로 얘기하면 그리스도가 모든 계명이 '신애'와 '..

멸정복성으로 대자대비 되기

1월초 10일간 잡힌 여행일정 때문에 노동 내지 소득활동 없이 1월 중순까지 보낼 요량입니다. 그러고보니 잔존 수명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부가 수행공부라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제 공부 요점을 압축하면 멸정복성으로 대자대비가 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평생 독서와 삶의 요점이자 결론이기도 합니다. 대자대비란 말은 처음 쓴 것 같은데 조건없는 사랑의 동아시아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며칠전 거론한 미륵사상에도 연결됩니다. 즉 미륵이란 말은 미트라에서 유래됐고 자(慈)와 동일한 어원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륵불을 '자씨불'이라 한답니다. 관련해서 보살은 항상 대자대비로써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고 하므로 미륵사상도 결국 대승의 자리이타를 최고조로 구현하는..

정좌 수행

퇴직금과 구직급여 덕분에 두 달 가까운 백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친구들 덕분에 당구에 입문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프로 선수들 경기를 봅니다. 시청하는 동안 매 순간 느끼는 게 고도의 기술과 소위 멘탈이 전부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영화 용쟁호투가 떠오르고 에크하르트 님의 훈화(The Talks of Instruction)가 떠오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기술 훈련을 위해서는 중원의 세계에서 누구나 공을 들이고 시간을 들이기 마련이니 결국 1%의 사람들이 일합을 겨루는 계기가 올 때 승부를 가르는 것은 멘탈이 아니겠나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왜 에크하르트 님까지 거론해야 하나요? 결국 소림사 수행이나 중세 수도원 수행이나 가르침의 요점이 같다고 느끼기 ..

단상 2019.11.25

개인적 고백 2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없으니 간신히 강남에 있는 한 병원에 경비로 취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무하는 3년 2개월 동안 하루도 편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루 속히 빚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인내하며 지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멋대로 살면서 '문제 없다', '괜찮다' 여기던 생활 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 했습니다. 이때 매일 읽고 마음을 닦는 데 도움이 되었던 책들은 이 블로그 '깨달음을 위한 참고서 제안'에 적어 놓았습니다. 처음 2년 동안은 매일 부딪치는 마음의 부대낌을 적어가며 호킨스 박사의 레팅고와 거의 같은 로버트 프로세스를 실천하며 그 동안 배운 모든 기도방법에 열심히 의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가을 잠실 근처 삼전동 고시원에서 기숙할 때 우연히 정신세계사에서..

블로그 소개 2019.11.18

개인적 고백 1

2009년 퇴직을 앞두고 처와 전원생활을 하기로 하고 산을 살까 하다가 결단을 못하고 수목원에서 일해보려고 천리포 수목원을 기웃거렸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아내가 평창쪽을 알아보자고 해서 갔으나 예산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보자고 해서 공주 유구읍 문금리라는 델 가봤습니다. 우리는 '강원도 분위기 나네'라는 생각을 하고 거기 가서 살기로 했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금으로 집을 지은 후 이사를 하고 마침 집을 지은 분이 신뢰가 가서 2010년 4월 퇴직하고 받은 퇴직금을 투자하고 월 220만원을 이자로 받기로 했습니다. 물가도 싸고 시골에 있으면 돈 쓸 일 없으니 국민연금까지 해서 약 300만원이면 노후를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랬는데 2013년초 투자처 사장이 난색..

블로그 소개 2019.11.17

대안이 되는 사상이 필요할까?

대략 5~6년 전 호킨스 'Dissolving the Ego, Realizing the Self'를 번역하다가 이고 선생의 복성서를 만났고 결국 두 책의 제목이 엄청난 시공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거의 같아보이는 게 신기해서 복성서 번역에 도전했습니다. 그 후 되는 대로 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우연히 예스 24에서 리쩌허우의 중국고대사상사론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빠른 속도로 독파했습니다. 중국고대사상이라고 하면 결국 동아시아 사상이고 동아시아 사상은 유교가 중심입니다.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사상을 검토한 리쩌허우 책은 두고두고 읽어볼 요량이지만 결국 유교의 핵심은 내성과 외왕이며 내성은 중(中)에, 외왕은 화(和)에 대응합니다. 불교적으로 전자는 상구보리, 후자는 하화중생이고, 기독교적으로 전자는..

단상 2019.11.15

존재상태의 진화로서 보살도

앞글에서 진짜 제대로 사는 것과 세 가지 한계상황을 거론했는데 제대로 사는 길이란 그 존재상태가 사랑 자체가 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입발린 종교적 용어로 인(仁), 대자대비, 사랑의 삶이 아니라 존재상태가 조건없는 사랑의 길로 상승 진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보살의 길이기도 합니다. 이 일에서 인간적 노력만으로는 꾸준하기가 불가한 것은 이고 선생이 설파한바 '에고로 에고를 이기려는 것은 더 큰 에고일 뿐(復性書)'이기 때문입니다. 향상일로의 보살도를 가는 데 꼭 필요한 방편으로 정좌 또는 명상, 모든 부정적 감정을 내려놓는 하심(letting go) 및 끝없는 경전 독서(lectio divina)를 들 수 있습니다. 이 길에서 상승 여부의 점검은, 사랑과 기쁨, 평화가 커지고 있는지, 유머 감각이 ..

삼재(三災)와 수행공부

돌아보니 세상 삶을 지탱해주는 세 가지, 즉 건강, 경제, 인간관계에 전혀 문제가 없을 때는 수행공부 또는 깨달음이나 영성에 대해 공부란 그저 멋부림이나 지적 허영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면에 아무 문제 없고 저 세 부문에 문제가 없는 분은 행복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몸을 벗고 다음 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에 자신이 있는지 자문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도 영악한 세상은 해법을 제시하는데 기독교 '대속론'과 아미타불 신앙을 설파하는 정토종 계열이 그것입니다. 후자의 경우 '나무아미타불'만 외면 '해결 끝'이라고 해서 살상을 일삼던 사무라이들이 좋아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물론 전자의 극치는 면죄부 구매를 통해서 연옥 징벌을 감면받는다는 생각이지만 오늘날 대부..

단상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