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1 2

교만의 치료약

오늘은 번역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합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님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등의 방법으로 독일어의 수준을 크게 높이는 일도 했다 합니다. 똑같은 언어라도 의식 수준에 따라 의미와 용도가 다릅니다. 천 년 가까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신비 신학가의 한 분이시기에 당시 쓰이는 용어들이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제가 사숙하는 호킨스 박사도 그런 편인데 그의 텍스트에는 'positionality'라는 말이 꽤 의미심장합니다. 몇 년을 숙고해도 가장 적당한 우리말 번역이 안 떠오르다가 최근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대단한 성취를 한 사람이라면 조어도 할 수 있겠지만 차선책으로 정한 게 '아집(我執)'입니다. 더 좋은 생각이 있으신 분께 조언을 구합니다..

격물치지와 중화(中和)

8~9세기를 살으신 이고 선생은 인척인 한유와 더불어 타락한 불교를 극복하기 위해 유교를 재해석한 분입니다. 특히 대학의 격물치지를 깨달음 이후의 일을 처리하는 원칙으로 보고 그 바탕에서 수신제가와 평천하를 실천할 때 비로소 대승이 성취된다고 본 것입니다. 즉 격물이란 일이 닥친다는 뜻이고 치지란 일이 닥칠 때 그 마음이 초탈하고 완전히 객관적이 되어 일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物至之時, 其心昭昭然明辨焉, 而不應於物者, 是致知也, 복성서 중편 2절-3, 제 블로그 참조)이라고 합니다. 제가 볼 때 이때야말로 에고를 벗어난 것이며 가장 공(公)적인 상태가 됩니다. 또한 이때는 전혀 숨김이 없어 완전히 투명하며 에고의 집착이 없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게 됩니다. 저는 이 경지가 바로 중용에서 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