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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의 입맞춤~ 시간(4)

에에크하르트의 창조 개념은 신과의 합일을 위해서 왜 피조물에서 완전히 이탈해야 하는지 하는 것뿐 아니라 (창조되지 않은) 신과 (피조물인) 인간 간의 관계를 밝혀 준다. 에크하르트에 의하면 창조란, 거기로부터 모든 것이 유출되고(exitus, effluxus, uzvliezen), 이 형언할 수 없는 근원(radius, reflexus, durchbrechen, inganc)으로 모든 것이 되돌아가게 하는 기초 법칙을 가진 동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창조에는 두 개의 큰 단계가 있는데 그 하나는 삼위가 내적으로 발산하는 것(bullitio), 그 둘은 만물의 창조(ebullitio)다. 흘러 나감의 이미지는 기술적 생산에 기초한 창조 개념을 대체하려는 뜻이 있다. 신의 창조를, 현존하는 사물에 형체를 "부..

신과의 입맞춤~ 시간(3)

에크하르트가 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하여 논의한 것 가운데 가장 선명한 것은 설교 53에 나타나는데 그 설교는 신의 이름을 형언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누군가 '아버지'라고 할 때 그는 '아들'을 안다. 아들이 없으면 아무도 아버지가 될 수 없고 아버지가 없으면 아들은 아들이 될 수 없다. 양쪽 모두 시간을 넘어 영원한 관계다."라고 에크하르트는 쓰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성은 그저 말만의 관계가 아니며 인간과 신이란 것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같은 설교에서 그는, "신의 이름과 본성을 말로 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의미는 우리가 신의 "특성(Eigenschaften)"이라고 붙일 만한 무엇이 없다는 것이다. 신이란 무슨 특성이나 성질이 있는 존재로 볼 수 없다는..

신과의 입맞춤~ 시간(2)

초탈의 독일어는 버리고 떠나 있음(Abgeschiedenheit)인데 접두어 'ab-'는 분리(off, away)를 뜻하고 동사 'scheiden' 또는 'ge-scheiden'은 고립, 분리, 떨어짐 등 타동사의 뜻과 떠남이나 죽음 등 자동사의 뜻이 있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게 그것은 모든 이미지나 "창조된 것"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피조물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거기에 피조물이 없고 신이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하며 "모든 피조물이 비었다 함은 신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며 피조물로 가득하다는 것은 신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신과 합일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초탈의 뜻은 창조주(신)와 피조물(인간) 간의 근본적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차이는 그저 인간이 초탈을 통하여 오르..

신과의 입맞춤, 초탈, 창조 및 시간(1)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사상의 핵심을 논한 Ferit Fuven이란 철학자의 글을 번역했습니다. 초탈(Abgeschiedenheit)에 대한 생각과 신의 이름을 언급할 수 없음에 관하여 설교하면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영혼의 신과의 합일을 입맞춤에 비유한다. 신의 이름을 달리 형언할 수 없다는 것은 "(신이) 내 입으로 말을 하였고... 그것은 영혼의 입맞춤이며 거기에서 입과 입이 접하고 '아버지'는 영혼 안에 '아들'을 낳고 또 거기에서 영혼에게 말했다." 에크하르트는 초월자(신)가 하위 존재에게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고 열며 나타나는지 설명하기 위하여 비슷한 맥락으로 입맞춤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입맞춤의 비유는 어떻게든 신에게 가까워지거나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가리킨다. 초탈의 개념은 그러한 신과의 합일이..

존재의 목적, 신 의식의 표현, 보살 사상

우리 생각은 창조력이 있고 그 생각을 글로 적으면 그 힘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공부 내용을 중국인 천만 명이 읽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바로 앞 글에서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횡재를 언급했습니다. 작년에 책 발간 때 체험한 신 의식의 섭리와 안배를 생각하면 어느 때 생각지 않게 일이 성사되는 것도 배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중요한 것은 커다란 성취가 '나 없이(無我)'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획은 인간이 하지만 이루는 것은 신 의식이 하시는 것(謀事在人 成事在天)이라는 것이죠. 이 의식이 또렷하다면 앞 글에서도 거론했듯이 영광을 자신에게 돌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역시 또 언제나처럼 꾸준히 내 에고의 모든 것을 깡그리 비우고 존재 전체를 신 ..

단상 2023.05.22

고통의 문제와 탈없이 대박을 누리기

에크하르트는 고통의 근본 원인이 "사랑과 애착" 때문이며 "모든 것에서 자신을 깡그리 비워" 신인합일을 이루면 "내 고통이 신 가운데 자리하여 신과 함께 하니 어떻게 고통이 고통일 수 있는가?"라고 말합니다. 우리 존재가 신성으로 완전히 물들면 우리가 고통이라 여기는 것은 신을 거쳐야 하기에 우리는 고통을 모른다는 게 에크하르트 님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을 커다란 행운이나 횡재에 대해 응용해 보았습니다. 아직 믿음과 지혜가 부족하고 앎이 부족한 우리는 복권의 당첨이나 백마 탄 왕자와의 결혼 같은 행운을 당연한 것으로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두려워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에고를 지워내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그 결과 우리가 신성 안에 머물게 되면 모든 주권은 신에게 있으며 모든 것이 신의 것..

단상 2023.05.12

'깨달음과 멸정복성'의 특성과 요점

엊그제는 52년 전에 같은 써클을 했던 친구 7명과 식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천주교와 천주교 호교론을 쓰려던 파스칼에 심취해 있었기에 한 친구가 아직 천주교에 열심인지 물었습니다. 저는 늘 답하던 대로 아무도 졸업시킬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졸업했다고 답했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에야 제가 쓴 '깨달음과 멸정복성'이 (천주교) 졸업 논문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실제 제도 교회가 왜 불필요한지 묻는다면 저는 제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사회 시스템 및 인간성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할 만큼 성숙하다면 제도 교회는 해롭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봅니다. 저는 제도 교회를 비롯한 여타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대신 직접..

어버이날의 의미

직장에서 어버이날이라고 팀장이 꽃을 달아 줍니다. 기간제 직원 평균 나이가 60대 후반이어서 정규직 직원들이 챙겨 준 것입니다. 핑계김에 어버이날의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어버이날의 의미가 효의 강조에 머문다면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더 큰 의미는 우리 존재의 근원을 온전히 생각해 보자는 데 있다고 저는 봅니다. 우리 존재를 몸에 한정하면 육신의 부모를 기리는 데 그치지만 우리 존재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과 의식까지 있습니다. 우리 존재를 통째로 온전하게 보더라도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부분과 변치 않으면서 영원히 지속하는 부분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즉 몸이 사라진 후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믿어지는 의식의 중심 또는 순수의식의 자리가 우리의 항구한 정체라는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단상 2023.05.08

장수 비결과 묘비명

앞 글 '행복을 위한 실용 지침'에 있는 대로 묘비명을 써 봤습니다. 세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5개년 계획처럼 뚜렷한 목표지만 대략 희망하는 바를 적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제 경우 무루지에 이르는 게 목표라서 백성욱 선생 가르침대로 3단계 8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60세~67세 1단계는 지났고 68~75세 2단계를 실행중입니다. 3단계가 끝날 때가 84센데 그때 무루지에 도달하면 이 세상이나 다음 세상이나 똑같은 선택지가 된다고 합니다. 공부가 끝난 경지로서 완전히 에고가 비워져 신 의식을 표현하며 사는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오직 무조건적 사랑 또는 인(仁)의 요청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어집니다. 어쨌든 84세 생일에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전제로 묘비명을 써 두었습니다. 한편 다음에 소개하..

단상 2023.05.01

'삐딱한 글쓰기'

오래 전에 읽은 줄 알았는데 2014년에 나온 책이다. 다섯 번째로 잡은 글쓰기 책인데 눈물도 나게 하고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많은 일들처럼 언제 왜 이 책을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더 신기한 건 완전히 새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해에 샀다는 것이다. 여러 번 썼지만 달리 살게 된 것은 경제적 충격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20년 버스 운전을 했다는 저자는 절대적 정직, 즉 보이기 위한 정직이 아니라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게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점 때문에 심사가 불편한 것이다. 영향력 있게 또는 재미있게 읽히는 글을 쓰려면 내면에 있는 그대로 글을 쓰라는 것이다. 아마 2014년에도 그런 책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산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어찌어찌 ..

단상 2023.04.25